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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폭 2㎝ 모자라 20억 들여 철거? 사천시 76억 폐창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사천시 대방동 삼천포대교공원에 있는 5층짜리 폐 냉동창고(폐창고)의 활용 방안을 두고 논란이다. 사천시가 76억원을 들여 폐창고를 매입해놓고 ‘(헐어내고)공원 주차장 짓겠다’ ‘아트뮤지엄 조성하겠다’ 오락가락해서다. 현재 아트뮤지엄 건립 방식도 당초 ‘리모델링’에서 ‘철거 후 신축’으로 바뀌는 등 혼란 같은 모양새다.

경남 사천시 대방동에 있는 폐냉동창고 외관. 지난 3월 시가 76억원에 매입했다. 사진 사천시

경남 사천시 대방동에 있는 폐냉동창고 외관. 지난 3월 시가 76억원에 매입했다. 사진 사천시

76억 들여 매입 ‘폐창고’…주차장? 아트뮤지엄?

22일 사천시에 따르면 당초 시는 지난 3월 24일 매입한 폐창고를 삼천포대교공원 주차장으로 만들려고 했다. 시는 주차장 조성 계획을 2018년 12월 고시한 적이 있다. 공원 인근은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지난 한 해 45만명이 찾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민간사업자가 ‘사천시 아트뮤지엄’ 사업을 제안하자 주차장이 아닌 관광시설로 방향이 바뀌었다. 체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업사이드다운 뮤지엄, 마켓 갤러리, 작가 스튜디오 등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은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진행, 공모를 거쳐 선정된 사업자가 160~180억원을 들여 3층 규모(연면적 3300㎡) 전시장 시설을 지으면 이를 시에 기부채납하고 20년간 운영권을 가지는 방식이다.

한려해상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경남 사천바다케이블카. 연합뉴스

한려해상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경남 사천바다케이블카. 연합뉴스

리모델링→철거, 계단 폭 2㎝ 모자라서?

그런데 아트뮤지엄 건립 방식도 갑자기 바뀌었다. 당초에는 민간사업자가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전시관을 짓는 방안이었다. 그런데 폐창고 건물을 진단한 결과, 소방법 기준 미달 등 문제로 ‘철거 후 신축’으로 선회했다. 폐창고 내 기존 계단 폭이 소방법상 기준인 1.2m에서 2㎝ 모자란 1.18m라는 이유에서다. 폐창고 철거비만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 관계자는 “2㎝이긴 해도 나중에 용도 변경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게다가 수십 년 된 건물인데 내진설계도 안 돼 있고, 전반적으로 대수선하고 보강하면 60억원 이상이 든다고 해서 철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트뮤지엄 전시관을 안 지었어도, 관광지에 오래된 건물이 흉물로 있는 건 맞지 않아 철거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경남 사천시 대방동에 있는 폐냉동창고 외관. 지난 3월 시가 76억원에 매입했다. 사진 사천시

경남 사천시 대방동에 있는 폐냉동창고 외관. 지난 3월 시가 76억원에 매입했다. 사진 사천시

시의회 질타 “사전 검토 부족…타당성 근거 제출하라”

최근 시가 시의회에 해당 사업계획 변경을 보고하자, 의원 질타가 이어졌다. 한 시의원은 “(폐창고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사업 추진 당시(2018년) 철거해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했다가, 경남도 개발공사가 활용한다고 해서 건물 매입을 멈췄다가, 다시 개발공사가 손을 들고 나가면서 오랫동안 건물이 방치됐다”며 “다시 시가 리모델링해서 관광시설로 활용한다고 의회에 보고했던 것이 또 철거로 바뀌었다. 계단 폭이 좁아 철거한다는 것은 시의 사전 검토가 꼼꼼하지 못했다는 방증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시의원은 “타당성 용역 결과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다”며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시는 지난 8월부터 진행한 아트뮤지엄 조성 사업 관련 타당성 조사 용역이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조만간 용역 결과를 의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민간업체 공모 등 남은 절차는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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