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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기후예측, 1시간 만에!"…젠슨 황 흥분시킨 천재 여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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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난드쿠마르 칼텍 석좌교수

팩플 인터뷰

AI가 물리학을 배워 기후를 예측한다! 대표적 복잡계 과학인 날씨 연구에도 AI가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큰 폭풍을 거시적으로 보면서, 구름 속 얼음 결정까지 현미경으로 봐야 예측 가능한 불가능의 영역. 기존 AI가 1년이나 걸리던 작업을 1시간 만에 해치우는 ‘포캐스트넷’을 개발한 천재 교수를 만났습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입이 딱 벌어졌다죠.

엔비디아는 AI를 이용한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왼쪽은 지구, 오른쪽은 ‘디지털 트윈’인 ‘어스2’. [사진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AI를 이용한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왼쪽은 지구, 오른쪽은 ‘디지털 트윈’인 ‘어스2’. [사진 엔비디아]

“이것은 인공지능(AI)이 낳은 기적이다. AI가 물리학을 배워 기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지구가상화엔진(EVE) 회의에 모인 세계 기후예측 과학자들 앞에서 외쳤다. 기후 데이터를 학습해 폭풍과 이상고온 등 기후를 예측하는 AI 모델 ‘포캐스트넷’을 소개하면서다. 기존 AI가 1년 걸리던 작업을 포캐스트넷은 1시간 만에 해냈다는 것.

이를 개발한 이는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석좌교수다. 2017년 35세 나이로 칼텍에 부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엔비디아 AI연구 총책임도 겸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AI 시대, 다시 쓰는 경제 패러다임’을 주제로 열린 SBS D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를  인터뷰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그는 기조연설에서 기존 AI보다 4만5000배 빠른 속도로 기후를 예측하는 포캐스트넷을 포함해 기초과학과 AI를 융합한 사례를 소개했다.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AI로 예측해 감염 확률을 낮춘 의료용 카테터(관 모양 기구), 기존보다 10만 배 빠른 탄소 포집(이산화탄소를 땅 밑에 저장하는 작업) 시뮬레이터 등이다. 기후·생명공학·지질학·화학 등에 걸친 이 연구들의 공통점은 그가 개발한 ‘신경 연산자(neural operator)’를 사용했다는 것. 신경 연산자는 복잡한 수학 연산을 학습하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의 일종이다. 그는 “기초과학의 많은 난제를 AI로 풀 수 있다”며 “자기 분야만 아는 과학자는 앞으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포캐스트넷은 어떻게 개발했나.
“칼텍 동료 교수들과 협력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신경 연산자가 유체역학(액체나 기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물리학)을 수행하는 걸 봤고, 그렇다면 날씨 연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구의 핵심인 신경 연산자를 설명하면.
“언어 AI 모델에서는 텍스트 토큰(형태소나 어절 같은 언어의 단위)을 AI에 입력해 훈련하고 AI가 내놓는 결과도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날씨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언어 AI 모델은 기후 예측에 유용하지 않다. 신경 연산자는 여러 해상도에서 연속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끔 확장한 AI 모델이다. 날씨를 예측하려면 큰 폭풍이나 대기의 강(수증기를 많이 포함한 공기가 대규모로 이동하는 현상)을 거시적으로 보면서 구름 속 얼음 결정을 현미경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엔비디아는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지구의 디지털 트윈(가상 쌍둥이)인 ‘어스2’를 발표했다. 산불·홍수·이상고온 같은 자연재해를 AI로 예측해 대비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그래픽 처리장치(GPU) 인프라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각종 알고리즘과 AI 모델을 연구한다.

아난드쿠마르 교수 연구팀은 최근 로봇에 움직임을 가르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유레카’를 발표했다. AI가 가상 공간 내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도 로봇에 훈련과 보상을 줘 가며 펜 돌리기나 가위질하기 같은 물리적 기술을 가르친다.

AI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학문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미래엔 한 분야 전문가가 ‘나 혼자 다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후예측만 해도 해당 분야의 유체역학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진행했다. 양자 화학이나 생물학 분야 전문가들과도 긴밀히 협업한다.”
진행 중인 또 다른 학제 간 연구가 있나.
“프랜시스 아널드(20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교수와 단백질 공학에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조만간 일부 결과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5월 미국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는 AI 정책자문을 위해 전문가 3명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그리고 아난드쿠마르 교수였다. 리 교수는 “앞으로 모든 과학자는 자기 분야 외에 AI 모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며 이를 “이중언어(bilingual) 과학자”라고 표현했다.

‘이중언어 과학자’는 어떻게 될 수 있나.
“모든 사람이 AI에 익숙해져야 한다. AI로부터 무엇을 얻어내고 싶은지에 따라 필요한 AI 이해도는 달라진다. 그러나 연구자라면 AI와 연구를 완전히 밀접하게 통합해야 한다. AI에 대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블랙박스 같은 거니까, 이해는 필요 없고 그냥 도구로만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활용법은 아니다.”
그런 과학자를 길러내려면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칼텍에는 AI 전공이 아닌 모든 학생과 교수가 AI에 대해 배우고 기초를 익히고 코드를 작성하고 AI를 시작할 능력을 갖출 수 있는 AI 부트캠프(단기 훈련 프로그램)가 있다. 다른 학교도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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