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총선 출마설, 신당 창당설로 여권 중심에 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을 앞다퉈 공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를 찾아 “대구 시민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차기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 질문엔 “의견은 많을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고, 시민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느라 애초 예매한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고 세시간 늦게 갔다. 이 전 대표 역시 대구 기반의 신당 창당과 본인의 대구 출마 가능성을 줄곧 내비쳤다. 지난 9일 대구에선 “국민의힘에서 새로 시도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며 “제게 요구가 있을 때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잇따라 대구를 두드리는 것이 TK 지지율 이상 변화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20일 발표된 11월 3주차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13~17일)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전주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35.6%였는데, TK는 외려 3.6%포인트 하락했다. TK 지지율은 56.7%(11월 1주차)→54.5%(11월 2주차)를 거쳐 이젠 50.9%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요동치는 폭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TK 지지율은 CBS노컷뉴스·알앤써치 조사(지난 8~10일)에서 전주 대비 15.7%포인트 하락(42.2%), 한국갤럽 조사(지난달 17~19일)에선 전주 대비 13%포인트 하락(45%) 등 두 자릿수 포인트 급락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TK가 과거와 같은 콘크리트 지지를 보내는 건 아니란 뜻”이라고 했다.
TK 이상 기류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대구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지난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민심이 크게 안 좋아지는 걸 느꼈다”며 “지역 주민을 만나면 ‘왜 이재명을 못 잡아넣는 거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대구 정가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품지도 쳐내지도 못하는 현 여권에 불만인 주민도 적잖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몇 차례 공개 행보에 나선 점도 변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 이력이 미묘한 TK 정서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고,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20일 하태경 의원 출판기념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 당에 개혁적으로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하태경·이준석·한동훈이 동지가 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엔 “한 장관이 미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 혼자서 한 장관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요동치는 TK를 더 흔들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이 전 대표와 보수진영을 단단히 결속하려는 한 장관의 맞대결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구에서 1996년 총선 때 여당 출신 김종필(JP)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여당 지지층을 흡수한 사례를 언급했다. 한 장관도 “대구 시민은 6·25 전쟁 때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며 보수 결집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신당론에 與 ‘슈퍼 빅텐트’ 맞불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개딸’에 휘둘리는 민주당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며 민주당 내 비명계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에 정나미가 떨어졌다”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1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강연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제3지대에서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함께하자는 말을 오랫동안 했고, 최근엔 예의를 갖춰서 얘기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