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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모르겠고, 난 잘살고 싶어" 민주 현수막 '청년 비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30 세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현수막이 "청년을 비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민주당 사무처는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0·30세대에 집중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식 현수막 공개에 앞서 일주일간 수도권과 광역시 시·도당 위주로 게시될 '티저 현수막'을 발표했는데 포함된 문구가 문제가 된 것이다.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사진 더불어민주당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사진 더불어민주당

티저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민주당은 상징색인 파란색과 초록색 사용을 최소화하고, 당명이 눈에 띄지 않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평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민주당이 들어가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당 사무처는 설명했다.

다만 해당 현수막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 일부 문구가 '청년 비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은 이날 긴급 논평에서 "감 없는 민주당, 청년세대가 바보인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라며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사과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한다"며 "청년세대를 존중하지 않는 총선기획단으로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이날 논평에서 "충격적인 당 현수막에 유감"이라며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 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대체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총선기획단은 즉각 대국민·대당원 사과를 하고 해당 홍보 프로젝트 의사결정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다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2030 맞춤형으로 개인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시안의 메시지에 공감이 전혀 안 된다"며 "표현이 진중하지도 않고 위트 있는 것도 아니다. 시안의 메시지에 전혀 공감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18일 "2030세대를 위한 깊은 고민 없이 청년을 무지성한 세대로 비하했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눌 생각도, 청년을 위한 정책과 대안도 없이 무시의 의미가 담긴 문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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