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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한동훈의 정치 혐오 부추기는 말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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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 “금수, 어린×” 한동훈 “수십 년 후지게 정치”

책임 있는 공당·공직자, 언행 절제하고 자중해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거친 발언과 한 장관의 맞대응으로 촉발된 감정싸움이 연일 불거졌다. 비속어는 물론 경멸적 표현까지 여과 없이 쏟아내는 막말들을 그저 지켜봐야 하는 국민으로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 팀장인 김용민 의원은 그제 한 장관이 ‘야당이 정치적 계산으로 탄핵을 남발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다룬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금도를 지키지 못하면 금수다. 한동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금수의 입으로 결국 윤 대통령을 물 것”이라고 썼다. 그 하루 전 유정주 의원은 “그닥 어린 넘도 아닌,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한때는 살짝 신기했고 그다음엔 구토 났고 이젠 그저 ‘#한(동훈)스러워’”라고 SNS에 적었다. 같은 날 민형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어이없는 ○○네.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라고 했다. 도무지 의원들의 품격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나열하기조차 면구한 언급이다.

독설 릴레이에 불을 댕긴 건 송영길 전 대표였다.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이 연루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를 거론하며 ‘이게 무슨 중대 범죄냐’ ‘6개월 동안 이 ××를’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이 어디 있나. 어린 ×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인생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에 불만이 있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될 일이다. 제1 야당 대표를 지낸 5선 의원 출신이자 변호사 출신의 공개 발언이라고 하기엔 매우 경박스러운 언사다. 나이 문제를 앞세운 것도 과거 자신이 다짐했던 ‘꼰대 정치’ 극복을 스스로 뒤집는 시대역행적 행위와 다름없다.

이에 맞서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며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했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반격한 한 장관의 대응도 적절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제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했다. 가정을 전제로 했고, “그럴 계획은 없다”고 부연했지만 주무 부처 장관의 위헌정당 심판 운운은 가볍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정치는 말을 통한 소통이다. 말이 천박함으로 오염되는 순간 대화와 절충을 통한 타협이라는 민주적 기능은 흔들린다. 설득과 공감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막말이 일부 강성 지지층에겐 일시적 쾌감을 줄 수 있겠지만, 정치 대결과 혐오를 조장해 대다수 국민에겐 실망과 환멸만 안길 뿐이다. 국민의 대표를 주장하는 공당이라면, 또한 책임 있는 공직자라면 각별히 언행에 자중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