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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대통령측, 소신껏 하라 신호” 험지 출마 또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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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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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5일 ‘윤심(尹心)’을 거론하며 지도부·중진·친윤을 향한 거취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인 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얘기하기 위해 열흘 전에 ‘뵙고 싶다’고 여러 사람을 통해 말을 전했다”며 “돌아온 말씀은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지금 하는 임무를 소신껏 끝까지 다 해달라.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달라’ 이런 신호가 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에게서 직접 연락 온 건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혁신위의 ‘수도권 출마’나 ‘불출마’ 권고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음을 시사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은)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당과 갈등도 있지만 결국은 혁신안을 (당이) 다 받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권에선 인 위원장의 ‘윤 대통령 측 신호’ 언급을 일종의 압박 전술로 보는 분석이 많았다. 대통령실은 인 위원장 발언을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부인하지 않았다. 3·8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대표의 당권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 등이 윤심을 거론하면 즉각 부인하던 모습과 다른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결국 ‘이거 단순히 내 뜻이 아니다. 대통령의 뜻이다’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윤심 발언이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나 김기현 대표와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험지 출마 관련 혁신위 권고에 대상자들이 무반응을 넘어 반발하는 기류가 강해지자 혁신위 내부에선 ‘조기 해체설’까지 흘러나왔다. 전날 김기현 대표는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직격하며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다. 이에 혁신위원들은 “(김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익명으로 흘러나오던 ‘혁신위 조기 해체설’은 이날 공개 발언으로 바뀌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당이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조기 해체밖에 없지 않으냐”며 “(대상자들이) 결단하지 않으면 당 전체가 함께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위와 당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혁신위를 겨눴다. 김 대표는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관련 결정권은 혁신위가 아닌 지도부에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다만 이런 신경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칼을 빼든 셈이어서 물러설 생각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혁신위가 권고 대상자 실명을 공표하거나 인 위원장이 대통령을 만나는 식으로 압박 방법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비주류는 연일 주류를 겨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혁신위에 전권을 주면서 인 위원장을 영입해 놓고 이제 혁신위를 비판하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의 최근 거취 압박 이유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실 카펫을 깔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2주 안에 쫓겨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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