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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의사당도 접수했다…이스라엘 '속도전' 나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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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장악했던 가자지구 의사당을 장악하고, 고위 지휘관을 대거 사살하는 등 지상전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하마스 주요 근거지로 보이는 가자시티 병원 전투가 격화하면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2~3주로 보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이 13일 가자지구내 하마스 의사당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캡처

이스라엘군이 13일 가자지구내 하마스 의사당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캡처

로이터통신·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3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샤티 캠프 대대와 다라즈 투파 대대의 고위 지휘관들과 460여명의 대원을 사살했다면서 하마스가 가자 북부에서 통제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은 가자 지구의 모든 곳에 진격했고, 테러범들은 남쪽으로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하마스의 터널 공격을 강화했다. 테러범들은 터널에서 나와 제거되든 아니면 무조건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통치했던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의회 건물과 하마스 헌병대 본부도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가자지구 지상전을 주도해온 IDF의 골라니 연대 대원들이 하마스 의사당과 헌병대 본부 안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퍼졌다. 군 당국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상군을 투입한 지 2주가 넘어선 이스라엘은 이날 지금까지 작전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가자 지구 병원에 대한 공격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휴전을 모색하라는 외교적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외교적 기간'은 약 2~3주 정도라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하마스 섬멸전을 계속할 수 있는 기간이 2~3주뿐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이 13일 하마스의 지하 터널 중 하나로 들어가 란티시 병원으로 나오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가리 소장이 터널에 연결된 병원 지하실 한 방에 놓여있는 하마스의 소총, 수류탄 등 군사장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군 X 캡처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이 13일 하마스의 지하 터널 중 하나로 들어가 란티시 병원으로 나오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가리 소장이 터널에 연결된 병원 지하실 한 방에 놓여있는 하마스의 소총, 수류탄 등 군사장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군 X 캡처

이스라엘은 하마스 근거지로 지목하고 있는 가자 내 병원들에 대한 공격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해군의 사예테트 13특공대와 401기갑여단이 가자시티 내 란티시 병원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하가리 소장은 SNS에 란티시 병원 아래 있는 하마스가 이용한 지하 터널의 위치와 내부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 공개했다. 그는 "병원 지하실에서 하마스 지휘통제소와 자살조끼, 수류탄, AK-47 소총, 폭발물, 휴대용 로켓포(RPG) 등을 발견했고, 인질들을 억류했던 흔적도 찾았다"면서 "알시파 병원처럼 하마스가 병원을 이용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알쿠드스 병원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IDF는 병원 입구에서 하마스 대원이 RPG를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민간인 속에 숨어있던 하마스 대원 21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부터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알시파 병원 주변은 이날도 여전히 전차로 봉쇄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IDF는 "알시파 병원 지하의 하마스 지휘부는 아직 작전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팔레스타인 아기들 모습. 연료 부족으로 인큐베이터가 멈추자 온도 조절을 돕기 위해 알루미늄 포일에 싼 후 뜨거운 물 옆에 두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팔레스타인 아기들 모습. 연료 부족으로 인큐베이터가 멈추자 온도 조절을 돕기 위해 알루미늄 포일에 싼 후 뜨거운 물 옆에 두었다. AP=연합뉴스

환자와 의료진, 피란민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가자 지구 병원들의 인도주의 위기도 심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대변인은 연료 고갈 등으로 인큐베이터의 신생아가 숨졌던 알시파 병원을 두고 "거의 묘지 수준"이라며 "매장하거나 영안시설로 옮길 수 없는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병원은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병원과 관련해 덜 방해적인 행동이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5일간 휴전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대가로,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275명과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 70~100명을 맞바꾸는 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황이 격화되면서 국제구호기구 관계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WRA)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부터 지난 12일까지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던 UNWRA 인력 101명이 숨졌다. 단일 분쟁 중 순직한 유엔 구호인력 사망자 수 중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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