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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던졌다"…약발 떨어진 뉴시티∙험지출마에 난감한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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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경기도당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경기도당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뉴시티 프로젝트’와 ‘인요한 혁신위원회’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국민의힘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내년 4·10 총선이 12일로 150일 남은 상황에서 “총선 전략 카드를 너무 일찍 꺼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30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을 전격 공개하며 뉴시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국민의힘은 최근 부정적 여론을 마주하고 있다. 경기도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경기도민 3004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인근 경기도 지역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의견을 물어 12일 공개한 조사에서 경기도민 66.3%는 편입에 반대했다. 찬성은 29.5% 뿐이었다. 서울 편입 지역으로 거론되는 광명시의 찬성 의견이 47.4%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구리시(41.5), 하남시(38.5%), 동두천시(36.4%), 김포시(36.3%) 등의 순서였다. 뉴시티 프로젝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곳에서도 찬성 여론이 과반에 못미쳤다. 지난 7~9일 진행해 지난 10일 공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는 부정적 답변이 55%였다. 서울(57%)과 인천·경기(59%)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러한 여론조사에 대해 “김포 주민에게 김포 편입을 물어야 정확한 조사다. (해당 지역과 무관한) 외지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정당 지지율대로 찬반이 갈리고 있다”고 봤다. 유권자가 정치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이런 좋은 카드는 내년 초 총선 직전에 던졌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던졌다”며 “정치 쟁점화가 되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5일 경기도민 3004명을 대상으로 경기지역 서울 편입론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70%)·유선(3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8%포인트, 응답률은 2.7%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5일 경기도민 3004명을 대상으로 경기지역 서울 편입론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70%)·유선(3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8%포인트, 응답률은 2.7%다. 리얼미터

뉴시티 프로젝트에 이어 여권이 공을 들인 ‘공매도 한시적 중단’ 카드도 기대 수준의 효과는 기대 이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뒤 6일 코스피 지수가 5% 이상 급등하며 연내 2500선을 넘는 산타랠리를 기대했지만 단 하루 만인 7일 전날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했고, 지난 10일엔 공매도 금지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8∼10일 여론조사를 진행한 알앤써치는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각각 3%포인트와 2%포인트 떨어진 36%와 3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알앤써치는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주식시장 불안정성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코스피는 다시 공매도 건드리기 이전으로 회귀, ‘메가 서울’은 68% 반대로 ‘메가 삽질’로 귀결”이라고 꼬집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부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부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이슈 몰이도 뒷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3일 친윤·중진·지도부의 총선 험지 출마를 제안했지만 열흘 째인 12일까지 당내 화답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장제원(부산 사상, 3선) 의원은 전날 경남 함양에서 열린 지역구 외곽 조직 ‘여원산악회’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장 의원은 행사 직후 페이스북에 “함양 체육관에 버스 92대를 동원해 4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다”고 적으며 사진까지 공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를 과시하는 무력시위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영남권의 대표적 중진인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도 지난 9일과 지난 8일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김기현), “서울로 가지 않는다”(주호영)고 각각 선을 그었다.

잇따른 무반응에 당내에선 “너무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너무 일찍 이야기를 꺼내면서 당사자들이 떠밀리는 그림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12월 24일까지 활동하는데, 12월 중순 쯤 이 이슈를 꺼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불출마를 하더라도 정기국회도 안 끝난 상황에서 먼저 밝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코너에 몰렸던 당 지도부가 총선 때 써야 할 카드를 미리 당겨다 쓴만큼 최근 상황이 “예견된 일”이라는 자조적인 진단도 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표심으로 바로 연결될 정책 카드를 분위기 전환용 카드로 소비한 느낌”이라며 “내년 초에 썼더라면 수도권과 2040세대 민심을 잡는 데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실제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카드를 던졌을 뿐이라, 후속 대책이 이어지면 총선 전략으로 계속 유효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특별법 형태로 계속해서 지역 편입 관련 입법을 하면 해당 지역 유권자가 결국 마음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인사도 “이슈몰이가 시작된 만큼 총선까지 끌고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아직 꺼낼 카드는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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