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0만원 버는데 신붓값 4000만원? 파혼 뒤 세계여행 택한 사연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결혼 사진을 촬영 중인 중국 커플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과도한 결혼 비용으로 파혼을 선택하고 세계여행을 떠난 중국 남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고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 산시성 출신의 35세 남성 A씨는 지난 5월 결혼을 준비하던 애인과 결별했다. 신부 가족이 기존 약속보다도 3만 위안(약 540만원)이나 높여 부른 ‘차이리’(彩禮, 중국에서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주는 지참금)가 문제였다.

당초 이 남성은 신부 가족에 19만 위안(약 3400만원)의 차이리를 지불할 것을 약속했다. 월급이 5000위안(약 90만원)이었던 그는 열심히 저축했다. 이에 더해 부모의 도움을 받고, 친구들에게 2만 위안을 빌리는 등 결국 16만 8000위안(약 3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신부 측은 지난 5월 A씨에게 3만 위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화가 아닌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파혼을 선택한 그는 자신이 모은 돈을 들고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세상은 넓고 그것을 보러 가고 싶었다. 결혼을 해 빚을 지고 사는 것보다 우리 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어떤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 직장까지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그는 현재 40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했다고 한다. 사용된 돈은 3만 위안(약 540만원) 정도다. 그는 차이리에 대해 “불공평하지만,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SCMP는 “이 남성의 사연이 중국 내 차이리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며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원)에 달하는 차이리는 특히 젊은 세대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