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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지금만 맛볼 수 있는 '이것'으로 만든 부드러운 수프 [쿠킹]

중앙일보

입력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를 뜻하는 브런치의 의미가 달라졌죠. 특정 시간이 아닌 하루 중 언제라도 좋고, 식사만이 아닌 그 시간까지 즐기는 것으로요. 이러한 ‘올 데이 브런치 문화’를 알리고 있는 김희경 카페 시트롱 대표가 〈집에서 즐기는 카페 브런치〉를 통해 브런치 메뉴를 소개합니다. 메뉴에 담긴 이야기부터, 유명 카페 부럽지 않은 맛을 낼 수 있는 비법을 만나보세요.

집에서 즐기는 카페 브런치 ② 땅콩호박 크림수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수프 요리, 지금만 맛볼 수 있는 땅콩호박으로 만든 수프. 사진 김희경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수프 요리, 지금만 맛볼 수 있는 땅콩호박으로 만든 수프. 사진 김희경

‘소박하지만 소중한 위로’ 수프 얘깁니다. 쌀쌀한 아침,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음식으로는 수프만 한 게 없잖아요. 수프를 떠올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기도 하고요. 수프를 만드는 과정도 이러한 마음을 닮았습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 이유식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당시 7개월이었던 아이는 어떤 이유식도 거부하는, 입맛이 예민한 아이였어요. 아마도 재료를 갈아서 만든 음식의 질감이 맘에 들지 않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수프였어요. 고기 육수에 채소를 넣고 끓여 부드러운 수프로 만들어줬더니 거부하지 않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아이는 아침에 다양한 채소를 넣은 수프를 즐겨 먹습니다.

수프는 어떤 채소든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의 음식입니다. 오늘은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땅콩 호박을 사용한 호박 크림수프 레시피를 소개할게요. 땅콩호박은 한국에서 재배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질감이 알려지면서 요즘 큰 인기를 누리고 있죠. 지금이 바로 그 땅콩호박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제철입니다. 드셔보시면 영어로 '버터넛스쿼시'라고 이름 붙여진 것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땅콩호박뿐 아니라 감자, 단호박, 당근, 고구마, 버섯 등 좋아하는 채소를 활용해서 취향껏 바꾸셔도 괜찮아요. 마지막에 수프 위에 밀크 폼이나 생크림, 올리브유를 살짝 곁들이거나 허브로 마무리하면 브런치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수프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사실 이 방법도 아이 덕분에 연마한 건데요.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아이여서 허기를 느꼈을 때 바로 준비해줘야 했거든요. 덕분에 지금도 카페에서 수프 주문이 들어오면 다른 곳보다 빨리 낼 수 있게 됐죠. 그 비결이 베이스가 되는 채소 퓌레예요. 퓌레를 냉동실에 저장해두면 아침마다 새로 끓인 수프를 간편하게 드실 수 있거든요.

먹고 싶을 때 빠르고 간편하게 수프를 끓이고 싶다면 퓌레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사진 김희경

먹고 싶을 때 빠르고 간편하게 수프를 끓이고 싶다면 퓌레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사진 김희경

수프만 한 그릇 먹기 서운하다면 단맛이 적은 스콘, 바싹 구운 토스트, 샌드위치 등을 더해 함께 준비해도 좋아요. 다이어트 식단 중이라면 샐러드에 따뜻한 수프를 더하면 차갑고 헛헛한 속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답니다. 직접 수프를 끓여보면, 단순히 섭취하는 음식의 의미가 아닌 온정과 위로가 담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요. 아! 수프를 듬뿍 끓여 유리병에 담아 마스킹 테이프에 제목을 붙여 주위 분들에게 선물해 보세요. 받는 사람뿐 아니라 주는 사람의 마음도 따뜻해지거든요.


Today`s Recipe 김희경의 땅콩호박 크림수프

땅콩호박은 구워서 사용하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사진 김희경

땅콩호박은 구워서 사용하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사진 김희경

“땅콩호박은 오븐에서 구운 후 사용해요. 호박을 구워주면 수분이 빠지면서 맛이 응축돼 풍미가 더 좋아지거든요. 간혹 생으로 호박을 물에 넣으면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데 구워주면 냄새도 나지 않아요. 땅콩호박 퓌레는 한 번에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서 냉동 보관해보세요. 소분해서 보관한 후 필요할 때마다 전자레인지로 해동하고 여기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어 끓이면 쉽고 빠르게 수프를 완성할 수 있어요.”

재료 준비

땅콩호박수프. 사진 김희경

땅콩호박수프. 사진 김희경

재료 : 땅콩호박 1개 (약 400g), 양파 반개 (약 100g), 식용유 1큰술, 버터 1큰술, 물 400mL, 우유 200mL, 생크림(또는 휘핑크림) 150mL, 소금 1/2작은술

만드는 법
1. 땅콩호박은 조심스럽게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하고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 정도 과육이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굽는다.
2. 다 구워진 호박이 알맞게 식으면 숟가락으로 과육만 파내 준비한다.
3. 양파는 채썬다. 달궈진 팬에 식용유와 버터를 넉넉히 두르고 양파를 넣어 중약불에서 천천히 볶는다.
4. 양파가 옅은 갈색이 되면 호박 과육과 물을 넣고 끓이다가 팔팔 끓으면 불을 끈다. 믹서기로 곱게 간다.
5. 믹서기에 4를 넣고 곱게 간 후 체에 내려 퓌레 상태로 만든다.
6. 호박 퓌레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약불에서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여준다.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마무리한다.
7. 그릇에 담고 우유폼이나 생크림을 살짝 올려 장식한다.

김희경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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