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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멸종위기' 참매 포착…산책로 만들 팔현습지에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확대한 참매 사진. [사진 박세형 생태사진작가]

확대한 참매 사진. [사진 박세형 생태사진작가]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참매. [사진 박세형 생태사진작가]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참매. [사진 박세형 생태사진작가]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대구 금호강의 팔현습지. 나무 꼭대기에 참매 한 마리가 ‘매의 눈’으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박세형 지역 생태사진작가가 포착했다. 지난 9월에도 한 차례 참매로 추정되는 조류의 사진을 찍었던 박 작가는 사진을 곧바로 대구 시내 환경단체에 전송했다. “대구 팔현습지에서 멸종위기 2급인 참매가 발견됐다”면서다.

카메라에 포착된 참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날씨가 추워지면 참매는 산림·야산 인근 농경지나 하천변 등지에서 관찰된다. 꿩·비둘기·오리 등과 같이 날아다니는 조류를 추적해 잡아먹거나 토끼·청설모·다람쥐 같은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식성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사냥용 매로 쓰였다. ‘매의 눈’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각종 난개발로 인한 서식처 훼손 등으로 참매는 점차 사라졌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돼 있다. 팔현습지에서 참매가 포착됐다는 소식에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측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팔현습지에는 총 13종의 법적 보호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이자 보물인 팔현습지에 산책로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구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그러나 수리부엉이는 금호강 산책로 조성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엔 누락돼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그러나 수리부엉이는 금호강 산책로 조성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엔 누락돼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팔현습지서 야생동물 잇따라 목격

공대위에 따르면 참매 외에도 그동안 멸종위기 야생생물 12종이 목격됐다.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 수달(천연기념물, 멸종위기 1급),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삵(멸종위기 2급) 등이다. 여기에 최근 멸종위기 1급인 검독수리로 추정되는 조류가 포착돼 검증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팔현습지 일대는 최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다. 대구 수성구 고모동과 동구 효목동 일대 금호강 4㎞ 구간에 제방을 보강하고 교량과 산책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이 2021년 완료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는 팔현습지에 수달·삵·원앙 등 법정 보호종 야생생물 3종이 확인됐지만, 환경단체가 현재까지 13종을 발견하면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달 중순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추가로 발견된 법적 보호종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다.

대구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아기 고라니.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아기 고라니.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 전문가들은 팔현습지에 법정 보호종뿐만 아니라 왕버들숲 군락이 있는 점을 들어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는 “팔현습지 왕버들숲 군락은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은신처이자 서식처 기능을 하는 중요한 곳”이라며 “이러한 곳들마저 사라진다면 멸종위기종들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팔현습지는 개발이 아닌 철저히 보전해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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