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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에도 작용한 인구구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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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23면

80억 인류, 가보지 못한 미래

80억 인류, 가보지 못한 미래

80억 인류, 가보지 못한 미래
제니퍼 D 스쿠바 지음
김병순 옮김
흐름출판

전 세계 인구가 80억이 넘어선 지금, 저출산·고령화가 시대의 화두다. 미국 대학의 정치학 교수로 인구와 국제정세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저출산·고령화가 글로벌한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출산·사망·이주의 세 가지 요인으로 글로벌 인구동태를 연구한 결과다.

지은이는 출생과 사망, 유입과 유출 등 인구동태가 사회·경제는 물론 정치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나라 튀니지의 성인 대비 청소년 인구 비율, 전체 인구의 중간 나이인 중위연령(Median Age) 등 연령 구조는 1990년대 중반 한국과 거의 같았다. 민주화가 진행됐던 시기다. ‘아랍의 봄’은 연령 구조가 비슷한 주변 국가로 번져갔다.

인도 뭄바이의 국제인구과학연구소 밖에 설치된 인도 인구시계판의 올 6월 모습. [AFP=연합뉴스]

인도 뭄바이의 국제인구과학연구소 밖에 설치된 인도 인구시계판의 올 6월 모습. [AFP=연합뉴스]

중요한 건 이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는데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87개 나라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출산율이 높을 것 같은 중동 지역도 합계출산율, 즉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 숫자가 1995년 4.12명에서 2020년 2.93명으로 줄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도 합계출산율이 2.1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적 번영을 누려보기도 전에 고령화 사회에 먼저 접어든 셈이다.

문제는 출산율이 결코 인위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965년 합계출산율 1.8 수준에서 정권을 잡은 루마니아 공산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를 위해 인구를 늘리려고 했다. 낙태를 불법화하고 산부인과에 경찰을 상주시켰으며, 45세 이하 여성은 무조건 매달 부인과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런 강압적인 개입에도 출산율은 잠시 늘었을 뿐이다.

반대로 인구 증가로 고민했던 인도의 인디라 간디 총리는 1966년 총리가 된 뒤 강압적인 가족계획 정책을 폈다. 미국 등 서구국가와 국제기구가 경제 개발을 위한 차관의 조건으로 인구증가 억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불임시술을 거부한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냈고, 목표 시술 건수를 채우지 못한 마을에는 식수공급중단 위협까지 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간디 정부는 국민 저항에 직면해 결국 1977년 물러났다. 지은이는 인도의 진짜 문제는 인구 과잉이 아니라 가난이라고 지적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졌으면 인도인들도 교육 확대로 소가족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대규모 인구를 활용해 인구 집약적인 국책사업을 폈다. 인구증가 우려에 대해선 ‘부르주아 계급이 자신들의 문제를 노동계급에 전가하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정책은 ‘하나도 괜찮고 둘이면 딱 좋고 셋은 너무 많다’에서 ‘늦게 결혼해서 적게 낳아 잘 기르자’를 거쳐 ‘한 자녀 정책’으로 귀결됐다. 이렇게 해서 인구 대국 중국은 인구증가율을 잡았지만 이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새로운 고민에 직면했다.

지은이는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쁜 인구통계학적 추세는 없다’며 여성들에게 원하는 만큼 출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를 더욱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노인 인구에 대한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 소외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령화의 부담을 개인·가정에 넘기지 말고 정년연장, 노인 활용 확대 등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사회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노동력을 대체할 대규모 이민은 저출산·고령화의 대응 방안이지만, 유일한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원제 8 Billion and Counting: How Population Trends Shape Our World.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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