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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쇼크'후 3년…中CEO들 곳곳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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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트리밍업체 더우위 홈페이지 화면. 사진 더우위 홈페이지 캡처

중국 스트리밍업체 더우위 홈페이지 화면. 사진 더우위 홈페이지 캡처

최근 들어 중국 민영기업 경영진들이 연락이 끊긴 채 자취를 감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기업 길들이기’가 재확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라이브 스트리밍 업체 더우위(斗魚)의 천샤오제(陳少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더우위 측은 천 CEO의 거취를 알리지 않으며 “사업 운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천 CEO의 실종은 더우위에 대한 중국 규제 당국의 조사와 관련이 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천 CEO가 더우위의 음란물과 도박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 일환으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중국 스트리밍업체 더우위의 천샤오제 CEO. 사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스트리밍업체 더우위의 천샤오제 CEO. 사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된 워화제약의 자오빙셴(趙丙賢) 의장도 최근 연락이 끊겼는데, 지난 6일 중국 당국에 구금된 사실이 워화제약의 공시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자오 의장이 당국으로부터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최근 자취를 감춘 기업인은 두 사람뿐이 아니다. 지난 9월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창업자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구금돼 수사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사라졌던 중국 금융계 거물 바오판(包凡) 차이나르네상스 회장 역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지난 2월 확인됐다.

잇따른 기업인 실종으로 인해 중국 당국의 ‘기업 길들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이후 민간기업 옥죄기를 벌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올해 상반기에는 관련 기조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WSJ는 “연이은 기업인 실종과 단속 강화로 중국 재계는 한파에 휩싸인 상태”라며 “이는 이례적인 자금 유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는 WSJ에 “재계의 많은 이들은 이제 교훈을 얻었고 일부는 더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의향이 없다”며 “법치주의를 향한 실질적인 제도적 개혁 없이는 유의미한 경제 회복이 일어나거나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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