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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초·중·고 학생 '문해·수리력' 진단검사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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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방교육청과 지방의회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부산 남도여중 1학년 학생들이 '부산형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사진 부산시교육청]

지방교육청과 지방의회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부산 남도여중 1학년 학생들이 '부산형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사진 부산시교육청]

서울형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가 처음 시행되는 등 전국 지방교육청과 지방의회가 초중고 학생 기초학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등교가 전면 중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시기를 겪은 데다 평가 미비 등으로 학력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지문 등 기초소양 측정  

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기존 기초학력을 국어·수학 등 교과목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새로운 진단검사는 문해력·수리력 분야 기초소양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사회 문제 관련 지문이나 도표 해석능력, 함수를 활용해 유리병 안쪽 액체 기울기를 묻는 문제 등을 낼 수 있다.

진단검사는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00여개 학교에서 실시된다. 평가결과는 응시 학교와 학생에게 통보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이후 미흡한 부분은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일 오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 321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의회는 서울형 기초학력 진단도구 개발을 위해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며 "올해 안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전면 시행토록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1일 오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 321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의회는 서울형 기초학력 진단도구 개발을 위해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며 "올해 안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전면 시행토록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기 의장 "융합형 인재 키우는데 도움될 것" 

서울형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 30억원을 편성하면서 가능해졌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줄이려 지난 7월까지 1년간 ‘서울교육 학력 향상 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새 진단검사가 분야별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교육청은 자체적으로 기초학력 진단 방법을 개발하고, 지방의회는 예산을 지원한다.

학력평가 문제지 받은 수험생 자료사진. 연합뉴스

학력평가 문제지 받은 수험생 자료사진. 연합뉴스

부산·강원도 자체 학력평가 실시 

부산시교육청도 올해부터 중1 학생을 대상으로 ‘부산형 학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자유 학년·학기제로 운영되는 중1 과정엔 중간·기말고사 등 학교에서 치르는 공식 평가가 없다. 부산형은 이런 ‘학력 진단 깜깜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 172개 중학교 1학년 2만5022명(정원의 97%)이 지난달 11일까지 국·영·수 3과목 시험을 봤다. 성적은 지난달 23일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 BASS(Busan Academic Support System)에 공개됐다. BASS에선 시험 오답 노트와 유사 문제 풀이 등 보정학습도 지원한다. 경북과 전북·인천교육청 관계자가 부산을 찾아 벤치마킹했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의 79%는 ‘부산형 학력평가를 통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답변을 한 교사 비율은 81%였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를 통해 수도권과 학력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교육청은 ‘2023 강원학생향상도평가’를 다음 달 중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평가는 앞서 지난 7월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3학년을 치른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평가결과가 일정 수준에 닿지 못한 학생이 대상이다. 과목은 국어·영어(초4 제외)·수학 등 세 과목이다.

전문가 "본인 역량 정확히 파악하는 시험" 

이번 평가결과는 학력 향상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문제지·답안지 모두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7월 평가 때 강원지역 중학생의 30%가량이 수학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도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취도가 낮았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다음 학년으로 이어지는 전환기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 학력평가는 본인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보완할 수 있게 하는 시험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평가에 따른 학교·학생의 서열화 등은 경계해야 본래 취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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