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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 동맹, ‘다중 전쟁 시대’ 안보불안 해소 대책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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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대통령실]

방한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 어제 윤 대통령 예방

한·미 외교·국방 연쇄 접촉 통해 대응 전략 다듬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그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방한했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체류라지만 지금 미국을 둘러싼 급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그의 이번 방문이 갖는 함의는 절대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따른 두 개의 전쟁 와중에 직간접 당사자로 자리매김돼 있다.

미국과 중동을 숨 가쁘게 오가던 블링컨 장관은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인도로 넘어가기 전 일정을 쪼개 서울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블링컨 장관을 초청한 관저 오찬에서 “북핵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동 정세 불안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핵심 가치를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대외 정책의 주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맞춰져 있다”며 “역내 핵심인 한국과의 동맹,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려 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와 군사 기술 거래 의혹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동맹 70주년의 해를 맞아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과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이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한 상황에서 미국이 우려하던 두 개의 전쟁이 전개되면서 한·미 동맹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것도 상당히 벅찬 상황에서 대만해협의 돌발 사태나 북한의 기습 도발까지 벌어질 경우 한반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미는 미국이 지금 같은 두 개의 전쟁은 물론이고, 3~4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극단적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기존의 안보 및 동맹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마침 오는 13일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가 열리는 만큼 관련 현안을 심도 있게 다루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러시아 방문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 행보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10월로 예고했던 정찰위성 3차 시험발사가 조만간 있을 것이란 정보 당국의 관측까지 나온 마당에 모종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무력 충돌로 국제 정세가 어수선할수록 한·미 동맹은 한 치의 안보 빈틈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 외교장관에 이어  국방장관의 연쇄 접촉이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할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