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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란봉투법·방송법 강행에 나선 거야의 힘자랑 중독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민주, 쟁점 법안 상정에 이동관 위원장 탄핵도 추진

여당발 정책 드라이브 수세 벗어나려고 무리수 남발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상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어제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뒤 직후엔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원 순직 사건 국정조사요구서도 동시에 국회에 제출했다. 메가시티 서울, 공매도 금지 등 여당의 정책 드라이브로 수세에 몰린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같은 쟁점 법안은 힘의 우위를 앞세워 마냥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심도 있는 재논의가 필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고, 수백 개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3법은 민주당이 집권 땐 공영방송 정상화에 손 놓고 있다가 야당으로 상황이 바뀌자 자신들 구미에 맞는 인사로 이사진을 채우려는 꼼수 개정안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몰염치한 처사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계획이다. 강행 처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혹여 민주당이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라면 큰 착각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볼썽사납고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국회의 모습을 개선하겠다”며 신사협정에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1 야당이 또다시 독주로만 치닫는다면 민심의 역풍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제 의총에서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여부를 결론내려다 “좀 더 신중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오늘로 미뤘다고 한다. 당론으로 채택되면 곧바로 발의할 태세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적법한 절차 없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해임하는 등 탄핵 사유가 명백하다고 주장하지만, 헌법·법률 위반의 소지가 분명치 않은 데다 취임 두 달 남짓 된 장관급 인사를 겨냥한 탄핵 추진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탄핵안이 발의, 의결되면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총선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 선거기간 중 ‘이동관 무력화’를 노린 총선용 셈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걸핏하면 ‘탄핵·해임’을 남발하려는 민주당 탓에 지금 추가 거론되는 인사만 윤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회의 구성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쯤 되면 습관성·중독”이라는 비판을 민주당은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