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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파업 손배 청구 힘들어져…재계, 노란봉투법 통과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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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해 온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17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이 홀로 기권표를 던졌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당사자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원청기업)로 확대하고, 불법 파업 손해배상 책임을 조합원별로 귀책사유·기여도에 따라 정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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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투표에 참여한 야당 의원 175~176명 전원 찬성으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방송 영구 장악’ 시도라며 반대해 온 법안이다. 민주당은 앞서 법안들이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되자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에 반대해 표결 전 모두 퇴장했다. 야당이 쟁점법안 4건을 단독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이었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부디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논평에서 “노사 갈등과 파업을 조장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요청한다”고 했다.

주무장관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본회의 통과 직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그는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3법 통과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특정 이념에 편향적인 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로 이사회 다수를 구성, 편파성이 우려되고 방송사 집행부·노조대표 등이 선정하는 시청자위원회가 이사를 추천토록 해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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