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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준금리 정점론 확산…“초과긴축 땐 경기침체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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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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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미 기준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다. 현 수준(5.25~5.5%)에서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인하가 시작될 거란 기대에서다. 과잉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이런 기대를 받쳐주는 모양새다.

9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현지 투자은행 12곳 중 10곳이 “현재 금리 수준이 최종 금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기관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상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지금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5.5~5.75%가 최종 금리 수준이라고 본 건 2곳뿐이었다. 한은은 “긴축적인 금융여건이 조성되면서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Fed가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6월부터 인하할 것으로 본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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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의 힌트는 국채금리 그래프에 있다. 최근 장기 국채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기업에 부담을 줘 기준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관건은 장기금리가 ‘Fed의 일’을 언제까지 대신 할 것이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장기금리 상승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5% 선을 오가고 있다. 지난달 5% 선을 뚫은 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속도 조절에 나섰고,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기대가 퍼진 영향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장기금리가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10년물 국채금리가 4.5~5%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국채 수급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방비 지출 등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채가 과잉공급될 수 있어서다.

연준의 금리 조정과 실업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연준의 금리 조정과 실업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초과 긴축의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Fed가 물가상승률만큼이나 실업률 추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10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15만 명 늘어 전망치(18만 명)를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3.9%를 기록해 2022년 1월(4%) 이후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에도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 부진으로 인한 위험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위험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소득→소비’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추정하는 ‘샴의 법칙’이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Fed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샴이 개발한 이 지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 현재 3개월 실업률 평균은 3.83%로, 지난 1년 최저치(3.4%)보다 약 0.4%포인트 차이다.

다만 주요 Fed 인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은 채 연내 추가 긴축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실물경제에서 강력한 경제활동이 계속된다면 (Fed가)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긴축적인 금융 여건이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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