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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17세 유리, 미세잔존암 검사 7차례 무상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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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희귀병·소아암 어린이에 희망을

“한 줄기 빛을 만난 느낌입니다. 희망을 갖게 됐어요.” 석민(가명·9)이는 희귀병을 앓는다. 1세 수준의 지능에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병명이라도 알기 위해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모른다. 그래도 석민이 아빠가 긴 ‘진단 방랑’을 끝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게 된 건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기부금 덕분이다.

이 전 회장 유족이 2021년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기금으로 서울대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고, 병원 측이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을 꾸려 전국 의료진과 미진단 희귀병 환자의 병명을 찾아주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부 3년 차를 맞아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다.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이런 성과들이 발표됐다.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희망정원'이란 꽃 도안 전시회에 환아와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희망정원'이란 꽃 도안 전시회에 환아와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고정민(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사무국장은 “소아암 1089건, 소아 희귀질환 1746건, 공동연구 1149건 등 총 3984건의 진단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10월 기준 256명의 희귀병 환아가 바라이서-윈터 증후군, 아르볼레다-탐 증후군,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 등 낯선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됐다. 치료 영역에서도 소아암 14건, 소아 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 등 총 2336건의 성과를 냈다. 전국 소아 희귀질환 857건, 공동연구 5336건 등 총 6193건의 코호트가 등록됐다.

희귀병은 환자 수가 적고 감별 진단이 쉽지 않아 길게는 16년까지도 ‘진단 방랑’을 한다. 기부금 덕에 여러 사례를 파고들 수 있었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희귀병 연구는 큰 지원이 없다면 속도 내 연구할 수 없는 어려운 주제”라며 “기부금을 통해 5년 걸릴 연구를 1년 만에 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채종희(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희귀질환사업부장은 “진단하지 못한 환자에 대해선 유전자 기능 연구도 동반돼야 하고, 과학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자산을 쌓아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진단뿐 아니라 치료로 이어지기 위한 긴 여정의 첫 번째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이건희 기부금 사업 3년차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에서 이건희 기부금 사업 3년차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혜연(가명·14)이는 뇌종양이 재발해 세 차례 수술했다. 이건희 기부금에서 지원하는 600만원 상당의 첨단 유전체 검사를 무료로 받았고, 재발의 원인이 된 유전자 변이 목록 10여 개를 찾아냈다. 혜연이 엄마는 “지원이 없었다면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희망이 되는,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많은 어린이 환자가 100만원인 미세잔존암 검사 등을 무료로 지원받았다. 급성 림프구 성백혈병을 앓는 17살 유리(가명)는 미세잔존암 검사를 7차례 무상으로 지원받아 완치 여부를 꾸준히 추적했다. 현재는 일상으로 복귀해 한 달마다 혈액검사를 받으며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의 백혈병 완치율을 85%에서 95%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은 “160곳 의료기관에서 1071명의 의료진이 진단·치료·코호트 연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공동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통해 전국 환자가 동일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 총괄사장은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이 전 회장 유지를 전했다. 이어 “삼성의 모든 임직원도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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