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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문상철, 2회엔 역적 9회엔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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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 위즈의 지명타자 문상철이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2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타를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앞서 번트를 대다 트리플 플레이를 당했던 그는 이 한 방으로 ‘역적’에서 ‘영웅’으로 변신했다. [연합뉴스]

KT 위즈의 지명타자 문상철이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2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타를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앞서 번트를 대다 트리플 플레이를 당했던 그는 이 한 방으로 ‘역적’에서 ‘영웅’으로 변신했다. [연합뉴스]

‘역적’이 ‘영웅’으로 변신했다. KT 위즈의 지명타자 문상철(32)이 주인공이다. 번트 실패의 악몽을 딛고, 경기 막판 결승타를 터뜨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KT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를 3-2로 물리쳤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74.4%(39번 중 29회)다.

정규 시즌 2위 팀 KT는 1위 LG를 맞아 1회 초 선취점을 뽑았다. 1번 타자 김상수가 LG 선발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안타를 터뜨린 뒤 2루를 훔쳤다. 포수의 송구가 2루수 뒤로 빠진 사이 김상수는 3루까지 달렸고, 후속 타자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하지만 KT는 1회 말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1사 1·3루에서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했지만, 2루수 박경수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2점을 헌납했다.

KT는 2회 초 곧바로 역전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장성우가 3루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타석엔 7번 지명타자 문상철이 들어섰다. 벤치 사인을 신중하게 본 문상철은 초구에 번트를 댔다. 하지만 타구는 LG 포수 박동원 앞에 떨어졌다. 박동원이 잽싸게 3루로 송구하면서 KT의 2루 주자 장성우는 3루에서 포스아웃됐고, 문상철도 1루에서 아웃됐다. 병살타만으론 모자라 1루 주자 배정대마저 3루까지 달리다 태그아웃됐다. 한국시리즈 사상 역대 두 번째로 나온 트리플 플레이였다.

승리 후 기뻐하는 KT 선수들. [뉴스1]

승리 후 기뻐하는 KT 선수들. [뉴스1]

이번 가을 문상철은 지긋지긋한 ‘번트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이 시작이었다. 문상철은 당시 9회 말 2-3으로 뒤진 무사 1, 3루 찬스에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KT는 결국 1점도 뽑지 못하고 그 경기를 내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이 평소엔 번트를 잘 댄다. 능력이 없는 선수라면 작전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상철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또다시 번트를 실패했다. 하지만 홈런을 때려내 실수를 만회했다. 그러나 더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번트 실패를 저질러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KT는 4회 초 장성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상대 중계 플레이 실책을 틈타 홈으로 달리던 후속 주자 앤서니 알포드가 홈에서 아웃되면서 역전에는 실패했다. 7회 2사 1, 2루에선 대타 김민혁이 우전 안타를 쳤지만, LG 우익수 홍창기의 빨랫줄 같은 송구가 이어지면서 장성우가 홈에서 아웃됐다. 이날 KT의 세 번째 주루사였다.

번트 실패로 3중살의 빌미를 제공했던 문상철은 9회 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사 후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진루하자 문상철은 LG 구원 투수 고우석의 6구째를 받아쳐 왼쪽 담장까지 날려 보냈다. LG 좌익수 문성주가 힘껏 뛰어올랐지만, 타구는 담장 윗부분을 때렸다. 1루 주자 배정대를 불러들이는 1타점 결승 2루타. 1차전 MVP는 당연히 문상철의 차지였다. 문상철은 “홈런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타점을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번트 사인을 내지 않았는데, 문상철이 번트를 댔다”고 설명했다.

KS 1차전(7일·잠실)

KS 1차전(7일·잠실)

문상철은 2014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키 1m84㎝, 몸무게 85㎏의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장타력 덕분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군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군에선 통산 123개의 홈런을 쳤지만, 1군에만 오면 잠깐 반짝하다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달랐다.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을 터트리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12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0.260, 9홈런. 포스트시즌에도  KT의 지명타자로 출전한 문상철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KT는 8일 열리는 2차전 선발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예고했다. LG는 최원태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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