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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김상우 감독과 함께 부활 시동 건 배구명가 삼성화재

중앙일보

입력

작전을 지시하는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작전을 지시하는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배구 명가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김상우(50)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초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화재는 2023~24시즌 V리그 1라운드 1위에 올랐다. 우리카드와 나란히 승점 14점(5승 1패)을 기록했으나 세트득실률에서 앞섰다. 삼성화재가 1라운드를 1위로 마친 건 2017~18시즌 이후 6년 만이다.

삼성화재는 1995년 창단 이후 겨울리그 9연패를 달성한 실업 최강이었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도 최다 우승(8회)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3~14시즌 우승 이후 추락기 시작했다.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만년 하위 신세가 됐다. 올해 컵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국가대표와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채 치렀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도 삼성화재의 돌풍은 이어지고 있다.

현역 시절 김상우 감독의 모습. 중앙포토

현역 시절 김상우 감독의 모습. 중앙포토

삼성화재를 바꿔놓은 건 김상우 감독이다. 김 감독은 1995년 삼성화재 창단 멤버로 2007년까지 활약했다. 이후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 감독을 지내다 15년 만에 삼성화재로 돌아왔다. 부임 첫 해 최하위(11승 25패)에 머물렀지만, 1년 만에 팀을 확 바꿔놓았다.

김 감독이 삼성화재 지휘봉을 잡을 땐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2019년부터 성균관대 감독을 맡아 팀을 잘 이끌었고,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안정된 미래가 보장됐지만,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김상우 감독은 "여기는 내 고향이다. 배구 인생의 절반을 여기서 보냈다. 책임감이 크다. 팀이 나를 부른 이유도 명확하다. 물론 고민했지만, 팀을 한 번 살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왼쪽)과 요스바니.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왼쪽)과 요스바니. 사진 한국배구연맹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건 에이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32·쿠바·등록명 요스바니)의 합류였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를 뽑았다. 1순위 OK저축은행이 레오와 재계약했기 때문에 사실상 1순위나 다름없었다. 김상우 감독의 선택은 요스바니였다. V리그에서 3시즌이나 뛴데다 공수를 겸비해 더할 나위없는 카드였다.

요스바니는 기대대로 제 역할을 했다. 득점 1위(6일 기준), 공격성공률 3위, 서브 4위, 디그 7위, 블로킹 9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했다. 김상우 감독은 "요스바니는 잘 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다. (다쳐서 시즌을 조기마감한 적도 있어)부상을 입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도 강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오른쪽)과 박성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오른쪽)과 박성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특히 세트플레이가 되지 않았을 때 해야 하는 오픈 공격(1위)이 뛰어나다. 김상우 감독은 "내 옆의 동료가 잘해야 '안 지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리시브가 안됐을 때와 중요할 때 요스바니가 정말 잘 때려줬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비시즌 동안 별다른 선수보강이 없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경험을 쌓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때론 엄격하지만, 때론 다정한 조언을 통해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들을 변화시켰다. 김상우 감독은 "그동안 너무 못했으니까 더 내려갈 데도 없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왼쪽)과 미들블로커 김준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왼쪽)과 미들블로커 김준우. 사진 한국배구연맹

컵대회 MIP에 올랐던 프로 2년차 날개공격수 박성진과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미들블로커 김준우가 잘 성장했다. 김상우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면 성진이나 준우가 다른 팀에선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 우리에겐 그만한 선수가 없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겨나가며 자신감을 얻었다. '배구는 이름값만 갖고 하는 거 아니다'란 생각을 가져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화재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정규시즌 일정 6분의 1만 소화했을 뿐이다. 김상우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김 감독은 "아직 멀었다. 지금도 매 경기 힘들게 치르고 있다"며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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