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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만난 이준석…與보수층 쪼개나, 野중도 빨아들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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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쏘아 올린 신당론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했다. 내년 4·10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점화된 ‘이준석 신당’의 실제 창당과 총선 완주 여부, 또 신당이 바꿀 정치 구도의 변화와 득실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환자를 외면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약을 먹일 생각 그만하라”며 “‘억지 봉합쇼’를 한다고 18개월간의 실정이 가려지느냐”고 적었다. 지난 4일 자신의 부산 강연을 찾아왔다가 만남을 거절당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5일 KBS인터뷰에서 “부산에 있는 마음 아픈 그분이 환자”라고 하자 맞받아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당의 징계취소 조치에도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신당 창당 가능성은 100%”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너무 성급하게 이 전 대표에게 다가가면서 오히려 창당의 명분을 만들어준 것 같다”는 얘기도 여권에서 나온다. 점차 가시화되는 ‘이준석 신당’이 실제 출현할 경우 총선 구도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①"보수층 쪼개지면 與 불리"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다수석을 얻기 위해서는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121석)에서 19대 총선(43석) 수준인 40석 안팎은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준석 신당’ 3자 구도가 되면 보수표를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이 나눠 갖기 때문에 여권으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준석 신당에는 여권을 이탈한 2030과 중도층이 반응할 것이어서 수도권 조직력이 민주당에 밀리는 국민의힘으로서는 표를 모으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 강연에 참석해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영어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왼쪽)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 강연에 참석해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영어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기반인 영남권(65석)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56석(86%)을 얻을 만큼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준석 신당이 국민의힘의 대구·경북(TK) 지지를 갈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특히 만약 공천에 불만을 가진 현역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3자 구도가 돼 국민의힘 후보로선 더 난감해 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준석 신당’이 오히려 여권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바라는 보수층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보수층은 2021년에는 정권교체를 바라면서 이 전 대표를 대표로 선출했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신당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여권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②"비명계 흡수되면 野도 위기"

이준석 신당을 보수 분열의 '기회'로 봤던 민주당이지만 신당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위기론도 분출하고 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이준석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은 90%이상”이라며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 민주당의 3자 구도가 되면 오히려 보수의 파이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낀 2당이 된 것처럼 민주당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인 2021년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 송영길 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언론사 행사에서 환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대선 때인 2021년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 송영길 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언론사 행사에서 환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이재명 체제에서 소외되는 비명계 인사를 이준석 신당이 규합할 경우 파괴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나, 중량감 있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가 신당에 참여하면 선거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친명계에 비판적인 야권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 상징성 있는 비명계 인사를 포섭하는 게 이 전 대표로서는 제1과제일 것”이라며 “이 경우 중도·무당층도 함께 움직이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중순 ‘이재명 체포안 탄핵 가결파’에 속하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만났다.

이럴 경우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야권의 위기감이 더 증폭될 수 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은 “선거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큰 민주당 현역이 있는 수도권 요충지에 선별적으로 후보를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30과 중도층이 반응해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했다.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층들이 민주당 대신 신당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가 자발적으로 2선 후퇴한 뒤 중도성향의 인물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를 경우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③김종인·금태섭과의 연대론도…“총선서 어떻게든 승부” 

현재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 작업 중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그를 돕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제3지대 규합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이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신당 창당 후 이들과 연합해 ‘제3지대’ 파이를 키울 거란 전망이 많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났는데 여권에서는 “제3지대 형성을 위해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들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제3지대 연합을 통해 어떻게든 총선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9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과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과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지난 대선에도 이 전 대표가 윤석열 후보를 피하면서 몸값을 높이다가 ‘울산회동’ 한 번으로 방향을 확 틀지 않았나.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도 “이 전 대표가 막판에 자신의 요구하는 공천 원칙을 당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와 같은 극적 봉합의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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