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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합주 5곳 앞서…취임식날 시위 대비 '내란법'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바이든에게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 사태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제 우리 국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제이머리 헨리ㆍ25ㆍ미국 조지아주 올버니)

“그(바이든 대통령)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 한 일이 없다고 봅니다.”(패트리샤 플로레스ㆍ39ㆍ네바다주 리노)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된 스윙 스테이트(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경합주)의 ‘스윙 보터’(부동층 유권자) 사례들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다는 이들은 내년 대선에서는 마음을 바꾸겠다고 한다.

2024년 대선 승부를 가를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경합주 6곳을 상대로 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여론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는 이들 스윙 스테이트 지역의 민심이 2020년 대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상황임을 보여준다. 10월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6개 주 366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트럼프가 6곳 중 5곳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내년 11월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270명(대선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을 훨씬 웃도는 300명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ㆍ시에나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선 곳은 네바다(52%대41%)ㆍ조지아(49%대43%)ㆍ애리조나(49%대44%)ㆍ미시간(48%대43%)ㆍ펜실베이니아(48% 대 44%) 등 5곳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앞선 곳은 위스콘신 1곳(47%대45%)뿐이었다. 6개 경합주 전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48%)이 바이든 대통령(44%)을 4%포인트 차로 우세했다.

“바이든 너무 늙었다” 71%  

이번 조사 결과는 여러 대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우선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경제 정책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이 발신됐다. NYT는 “‘누구의 경제정책이 더 믿을 만한가’라는 물음에 트럼프 59%, 바이든 37%로 남녀, 대학 학위 유무, 모든 연령대ㆍ소득수준을 통틀어 트럼프가 더 높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결과가 특히 바이든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낙태ㆍ총기 같은 사회적 이슈에 비해 경제 이슈가 2024년 투표를 좌우할 거라고 답한 응답한 이들이 두 배 가까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인에게 민감한 기름값 등 물가 상승에 따른 불만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달 만 81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반면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너무 늙었다”는 답변 비율이 39%에 그쳤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에게 몰표를 안기는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했던 흑인ㆍ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그룹과 젊은 층 연합 구도는 약화하는 흐름이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던 이들 유권자의 3분의 2는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에 ‘견고한 벽’이 돼 주었던 흑인 유권자들의 22%가 트럼프 지지를 밝히고 있는데 이는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CBS 조사 ‘트럼프 51% 대 바이든 48%’

그럼에도 NYT는 “바이든은 아직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1년이 남아 있다”며 특히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짚었다. NYT는 “2024년에는 트럼프의 형사 재판 등에 많은 이목이 쏠릴 것”이라며 “이는 유권자들이 과거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졌던 이유를 상기시켜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만 이날 미 CBS 방송이 공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48%)은 트럼프 전 대통령(51%)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 유권자 2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CBS는 “3%포인트 격차 우위는 9월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라며 “내년 대선에서 이대로 나타난다면 트럼프가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여론 속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NYT 여론조사 결과를 올리면서 “바이든이 결정할 것은 그것이 현명한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WP “트럼프측, 재선시 보복 계획”

이런 가운데 트럼프 선거 캠프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에 등을 돌린 이들에 대한 보복 계획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판자들과 반대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정부 공권력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의 고문들은 (대선 승리시) 취임식날 잠재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군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계획 대부분은 우파 싱크탱크에 비공식적으로 위탁돼 있으며 특히 ‘프로젝트 2025’라 불리는 단체는 내란법에 따라 군을 배치하는 대통령 행정명령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란법은 대통령에 국내 법 집행을 위한 군대 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당시 내란법을 발동하라는 보수 진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는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다만 이와 관련된 WP의 확인 요청에 트럼프 선거 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는 항상 법과 질서, 헌법 수호를 지지해 왔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2025, 내란법 검토중”

WP에 따르면, ‘2025 프로젝트’에서 내란법 행정명령 검토를 주도하고 있는 인사는 보수 싱크탱크 ‘미국재건센터’(Center for Renewing America)의 제프리 클라크 연구원이다. 트럼프 정부 당시 법무부 시민국장을 지낸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개입 사건 공소장에 등장하는 익명의 공모자 6명 가운데 1명이라고 한다. WP에 따르면, 해당 사건 공소장에는 한 백악관 당국자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불복해 퇴임을 거부하면 모든 주요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자 클라크가 “그래서 내란법이 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WP는 “현재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 진행중인 논의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자신에게 도전하거나 비판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힘을 빌려 복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크리슈나 프라카슈 버지니아대 헌법학 교수는 “집권한 뒤 상대 진영의 뒤를 캔다면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ㆍ부패나 소요로 정국이 불안정한 저개발 국가)’과 다를 게 없다”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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