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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에 장난 치고 싶다"…25살 새내기 주무관 '서튜버' 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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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홍보맨과는 다른, 나만의 감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튜버'(서울 홍보 유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내 6층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서튜버'(서울 홍보 유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내 6층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서울 홍보 유튜버’(서튜버) 정규현(25·사진) 서울시 주무관의 포부다. 그는 지난해 8월 임용된 새내기다. 하지만 거침없다. ‘사장님’격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출연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콘텐트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오 시장에게)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싶다”라고도 했다.

'지하철 재승차 제도' 의인화해 호평 

서튜버는 유튜브 채널을 띄우기 위한 서울시 전략 중 하나다. 여러 지자체가 유튜브를 정책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인데, 좀처럼 늘지 않는 구독자 수가 고심거리다. 대도시 서울(5일 기준 구독자 19만1000여명)도 마찬가지다. 이에 서울시는 내부 직원 중 끼와 홍보 재능을 갖춘 직원을 서튜버로 뽑기로 하고, 지난 8월부터 ‘공무원 안 하니?’란 부제로 50여일간 선발 대회를 치렀다.

당시 북부수도사업소에서 근무하던 정 주무관은 지하철에서 내린 뒤 15분 내 무료로 재승차할 수 있는 제도를 배려심 깊은 친구 등으로 의인화해 1분 39초짜리 짧은 영상에 담아 호평받았다. 지난달 4일 열린 결선 경연 때는 토론 배틀 등을 거친 끝에 최종 선발됐다.

'서튜버'(서울 홍보 유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4일 결선 경연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서울시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규현 주무관]

'서튜버'(서울 홍보 유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4일 결선 경연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서울시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규현 주무관]

공무원스러운 이름?…“난 재미난 사람”

그의 이름은 한자로 ‘헤아릴 규’(揆)와 ‘고을 현’(縣)을 쓴다. 주변에선 ‘공무원스럽다’ 하지만 자신을 장난기 많은, 재미난 사람으로 소개한다. 서튜버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정 주무관은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걸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운다. 서튜버는 이른바 ‘반무원’(일반인+공무원) 감성이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딱딱한 정책을 풀어낼 수 있단 의미다. 정 주무관은 “어떻게 보면 나는 일반 국민과 공무원 사이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 있을 것”이라며 “서울의 인간적인 모습을 (콘텐트로) 많이 보여주고 싶다. 한 예로 대중교통으로 서울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서울시의 정책을 친근하게 연결하는 것도 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서튜버에게 시의 유튜브 콘텐트를 자유롭게 기획하고 편집해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줬다. 2년 차 공무원에게나 서울시 모두 자칫 잘못하면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는 결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젊은 세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해 보라는 취지”라며 “톡톡 튀는 기발함이 위험 요소로 바뀌지 않도록 신중하게 균형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오롯이 서튜버만의 ‘입봉작’은 없다. 다만 흥행 가능성은 엿보였단 평가다. 정 주무관은 지난달 27일 유튜브 구독자 285만명을 넘긴 인플루언서 ‘슈카월드’와 함께 서울 반포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알리는 영상에 출연했다. 친구와 수다 떨 듯 축제 홍보를 풀어냈다. 5일 기준 조회 수가 2만을 넘겨 다른 지자체 유튜브 영상보다 높은 편이다.

 '서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서튜버' 정규현 주무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운채 기자

B급 감성과는 차별화…대중에 통할까

지자체 홍보 SNS 채널 중 ‘1대장’은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주시’다. 구독자수(45만1000명)가 인구(21만명)의 두 배를 넘겼다. 이런 성과에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선태 주무관이 있다. B급(비정형화 형식을 의미) 감성으로 바가지 축제 단속 등 여러 정책 콘텐트를 재미나게 풀어냈다. 여러 자치단체가 충주시를 벤치마킹 중이다. 서튜버는 B급 감성보다 20대의 젊은, 통통 튀는 감성을 지향한다. 유튜브 공간 속 ‘재미’에 익숙한 대중에게 이런 서튜버가 통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와 관련해 정 주무관은 “스물다섯 살짜리만이 할 수 있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튜버를 필두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서울시 공식 계정은 지난달 기준 팔로워가 45만4000명을 넘겼다. 숏폼 영상 ‘릴스’(Reels) 게시물을 늘린 것이 홍보 효과를 높였고, 17개 광역 시‧도 중 팔로워 수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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