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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금지…내년 상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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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년 6월까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지금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를 제외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금지되고 있으나, 오늘부터는 전면 금지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투자에서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에 공매도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이유로 급증하는 시장 불확실성을 들었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이스라엘-하마스의 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HSBC와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된 것이 이번 결정에 결정적인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공매도(short selling)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로,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입해 되갚아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법이다.

“증시 단기반등 효과 있지만, 길게는 외국인 이탈 등 우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날 정부는 오늘(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날 정부는 오늘(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되갚는 투자전략이다. 주가가 내려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부정적 소문이나 평가를 퍼뜨리는 식으로 주식시장을 교란한다는 것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대 기관·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대 98 수준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이걸 개선하는 것이 금융위의 법적 의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매도 불공정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금지 기간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개인과 기관 간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의 차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의 상환기간은 90일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제한이 없다. 담보비율 역시 개인은 120%로, 외국인·기관(105%)에 비해 높다.

오늘 20명 공매도 특별조사단 출범

정부는 또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대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10여 개의 글로벌 IB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추가적인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엄정 제재, 적극적인 형사고발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20명의 인력으로 6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할 예정”이라며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실 공매도는 시장의 가격 거품을 막고,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정부의 공매도 제한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가로막은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학계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공매도와 주가 간 상관관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과거에도 세 차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주가는 오르기도, 떨어지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보다는 당시 글로벌 주식시장 상황이 한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관련주 등 공매도가 집중됐던 성장주 위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공매도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외국인 투자자에겐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인 가격 발견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도 공매도 금지가 추진된 것은 여권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결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기 직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는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 회의에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 핵심 인사가 모였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학계 “공매도·주가 상관관계 명확하지 않아”

유 의장은 회의 후 국회 브리핑에서 “회의에서 당은 정부에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됐던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고위 당정협의회 직전까지 당내 여론 수렴을 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내년 4·10 총선을 5개월 앞둔 여당 상황과 관련이 깊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금지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여론 요구도 거셌다. 여권 관계자는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개미’(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메가 서울’에 이은 여권의 총선 전략 2탄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급조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공매도 금지는 자칫 대외적으로는 ‘금융 쇄국정책’으로 읽힐 수 있다”며 “자본시장을 선진화시키는 데 의의를 둬야지 마치 공매도 자체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에도 문재인 정부는 공매도를 1년여 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도 개인투자자 표심을 얻기 위한 총선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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