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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고] ‘시한폭탄’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치료 땐 재발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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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고학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뇌 속 시한폭탄이다.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커지다가 어느 순간 파열돼 지주막하출혈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뇌동맥류는 파열 초기 사망 위험이 30%로 높고,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 뇌동맥류는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따라서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으로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 뇌동맥류 가족력 등이 있다면 뇌 MRI, 뇌혈관 CT 등으로 뇌동맥류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만약 뇌동맥류가 발견됐다면 담당 주치의와 함께 동맥류의 모양·위치·크기와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 발견·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파열 가능성이 큰 뇌동맥류다. 모든 뇌동맥류가 터지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작은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파열 가능성이 작아 정기적으로 상태 변화를 추적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반면에 뇌동맥류가 3㎜ 이상으로 크거나 모양이 울퉁불퉁하게 불규칙할 때, 뇌동맥류가 잘 터지는 위치에 생겼을 땐 파열 위험이 커 주의해야 한다.

뇌동맥류가 커져 주변 뇌 신경을 압박하면 뒷목이 빳빳해지는 느낌,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등 뇌동맥류에 의해 신경학적 결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갑자기 망치로 쾅쾅 내리치듯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벼락 두통을 겪었다면 뇌동맥류가 파열됐을 수 있다. 뇌동맥류가 이미 파열됐다면 초응급 상황이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첫 24시간 이내에 빈번하게 재파열이 발생하고, 재파열 시 사망률이 70%에 육박한다.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한다.

파열 가능성이 크거나 경미한 뇌출혈이 발생한 동맥류는 수술·약물 치료 등으로 파열을 막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조치가 클립 결찰술이다.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집게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 재발 가능성을 없앤다.

개두술로 머리뼈를 열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뇌동맥류에 이물질을 삽입해 파열을 막는 코일색전술보다 혈전 발생률이 낮다.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을 미세 현미경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대처할 수 있어 뇌동맥류 치료 성공률이 높다.

개두술을 통한 클립 결찰술은 ▶동맥류 입구가 넓을 때 ▶동맥류가 작고 복잡할 때 ▶동맥류가 클 때 ▶동맥류로 뇌 신경 압박 증상이 있을 때 ▶신장 질환으로 조영제 사용이 어려울 때 ▶뇌동맥류 파열 후 뇌내 출혈 등을 동반해 뇌혈종 제거가 필요할 때 시도한다. 고난도 수술인 만큼 임상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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