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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물가’ 리스크…정부, 등유·연탄 지원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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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잡히나 싶던 물가가 연말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8월(3.4%)→9월(3.7%)에 이어 석 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물가 잡기’ 총력전을 펼치는 정부 기대와 달리 물가가 꿈틀하는 모양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올해 10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3.7%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 목표치(3.3%)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 저온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각 부처가 소관 품목의 물가 안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물가가 뛴 건 국제유가가 급등한 여파가 크다. 10월에 전년 대비 석유류값 하락 폭이 1.3%에 그쳤다. 하락폭이 컸던 7월(-25.9%), 8월(-11.0%), 9월(-4.9%)에 비해 하락세가 둔화해 역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연말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축·수산물도 국제유가 못지않은 물가 변수로 등장했다.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3.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농산물 물가는 13.5% 뛰었다. 2021년 5월(14.9%)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를 0.61%포인트 끌어올렸다. 사과(72.4%), 파(24.6%), 토마토(22.8%), 쌀(19.1%) 등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게 뛰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 상승률은 4.6%를 기록했다. 9월(4.4%)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지난달엔 서울 지하철 요금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다. 유(乳)업계는 흰 유유와 유제품 가격을 지난달부터 3~13% 인상했다. 우윳값이 오르면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따라 오를 수 있다. 주류 업계는 지난달 오비맥주에 이어 이달 9일부터 하이트진로가 소주·맥주 출고가를 6.8~6.9% 인상한다. 최근엔 물가 압박에 대응해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식품 용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춘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고물가’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는 난방·김장비 챙기기에 나섰다. 취약계층의 등유·연탄 지원 등을 늘리는 한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가스요금 캐시백을 활성화하고, 김장에 필수적인 배추·천일염 등도 시장에 대거 풀기로 했다. 이날 추 부총리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정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연초 ‘난방비 폭탄’ 당시 늘렸던 취약계층 지원 수준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노인·영유아·장애인 등이 포함된 기초수급 113만5000가구엔 동절기(10~4월) 에너지바우처를 세대당 평균 30만4000원 지원한다.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에 적용되는 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 할인(12~3월)은 지난해와 같이 최대 59만2000원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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