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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자녀 24시간 돌보다 처음 쉬었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로 불리는 이 시설은 중증 소아·청소년을 가족 대신해 돌봐주는 국내 첫 독립형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로 불리는 이 시설은 중증 소아·청소년을 가족 대신해 돌봐주는 국내 첫 독립형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다. [연합뉴스]

“낮잠 자면서 좀 쉬었어요. 단비 같은 시간이었어요.”

태어날 때 뇌출혈 4기 진단을 받은 10살 딸 시연(가명)이를 키우는 이모(46)씨는 최근 시연이와 생애 처음으로 짧은 이별을 했다. 서울대병원의 중증 소아 환자 단기 돌봄시설인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에 아이를 맡기면서다. 이 시설은 지난해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기부한 100억원(보건복지부 25억원 지원)이 바탕이 돼 지어졌다. 중증 소아·청소년을 가족 대신해 돌봐주는 국내 첫 독립형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다.

시연이는 누워 지내는 와상환자로 배에 뚫린 구멍(위루관)으로 식사한다. 곁에 늘 엄마나 아빠가 24시간 붙어있다. 그런데 이번에 센터에 맡기면서 엄마 이씨는 2박3일간 돌봄에서 잠시 벗어났다. 이씨는 “아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 빼고 처음 떨어져 봤다”며 “걱정도, 긴장도 많이 됐는데 의료진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아이가 너무 밝은 미소를 짓고 있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1일 문을 연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는 총 16개 병상이 2·4인실로 나뉘어 있다. 만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이 어렵고 ▶인공호흡기·산소흡입 등 의료적 요구가 필요하며 ▶폐렴 등 급성기 질환이 없는 안정적인 상태 등의 3가지 기준을 만족하면 사전 진료 뒤 들어갈 수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환자가 입원하기 시작했고, 80명가량이 내달 초까지 예약을 완료했다. 입원은 한 번에 최대 7박까지 가능(연간 총 20박)하다. 환자는 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된다. 병원에 따르면 7박 기준 10만원 정도(의료 소모품 비용 제외)라고 한다.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은 전국에 약 4000명.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중증 아이를 둔 보호자의 하루 간병 시간은 평균 14.4시간이다. 태어날 때부터 저산소성 뇌병변을 앓은 민수(가명·5) 엄마는 “밤에도 많이 케어해야 해 에너지 음료로 버틴다”며 “개인의 삶은 감히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민수 엄마는 이번에 아이를 센터에 맡기고 놀이동산에 한 번도 못 가본 큰 애와 제대로 된 첫 나들이를 해볼 참이다.

서울대병원은 이 시설을 위해 진료 교수를 5명 채용했다. 간호 인력도 20명 뽑아 3교대로 운영한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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