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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동생 박현경, 아홉 번 준우승 끝 끝내 챔피언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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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경. 사진 KLPGA

박현경. 사진 KLPGA

박현경이 29일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해 최종라운드 3언더파 69타, 합계 8언더파로 이소영과 연장전을 벌여 두 번째 홀에서 이겼다. 통산 4승으로 2021년 5월 2일 KLPGA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6개 월만의 우승이다.

17번 홀에서 이소영의 먼 거리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졌다. 박현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단독 선두였던 박현경이 공동 선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필 상대가 이소영이어서 더 불안했을 것이다. 이소영은 지난해 MBN 여자오픈에서 박현경에 연장전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다.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박현경은 연장 첫 홀 티샷을 러프로 보내 불리했으나 이소영이 3m 정도의 버디 기회를 잡지 못해 비겼다. 다음 홀에서 이소영이 티샷을 강하게 치려다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물에 빠졌다. 박현경이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눈물도 흘렸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현경은 귀여운 얼굴로 골프 팬들 사이에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다. 실력도 뛰어났다. 2020년 2승을 하고 2021년 시즌 초반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몇 승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 우승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2021년 준우승 네 번, 지난해 두 번, 올해 세 번, 합쳐 9번이었다. 그게 박현경이 흘린 눈물의 전부는 아니다.

놓친 우승은 더 있다. 박현경은 지난 8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는 단독 선두로 출발해 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4위로 밀렸다. 톱 10이 수두룩하다. 선두로 경기해도 우승을 못 했고, 추격해도 안 됐다. 법정 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법 책을 읽은 후에도 역전패했다.

박현경의 이전 3승 모두 코로나 19 감염증 기간 무관중 경기에서 한 것이었다. “박현경은 관중이 있으면 우승을 못 한다”는 쑤군거림도 나왔다.

경기 후 박현경은 “오랜만의 우승 인터뷰라 어떤 말로 시작할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박현경은 또 “그 시간 동안 준우승만 아홉 번 해서 나는 우승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라고 의심도 했다. 그러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분이 많아서 이겨낼 수 있었다. 최근 샷감이 좋아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내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까 고민하고 경기했다. 마음 다스리려 노력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 초 박현경은 캐디를 바꿨다. 아버지가 캐디를 하니 부담이 더 심해 그런 것으로 여겼다. 아버지 박세수 씨는 프로골퍼 출신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없으니 더 안 됐다. 다시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4번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박현경은 “아버지가 옆에 있으면 든든한 마음도 들고 제주도 바람 등을 잘 봐주신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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