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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다지 토큰증권 잡아라, 증권사들 인프라 동맹 가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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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호 13면

금융시장 패러다임 바뀐다

“다음 세대의 증권과 시장은 ‘자산의 토큰화’가 주도할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지난해 11월 로이터통신을 통해 밝힌 미래 금융의 화두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이 신뢰를 잃고 있지만, 그 기술은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채권, 주식이 즉시 결제되고 중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금융 생태계가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이란 옷을 입고 태동하는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이 새로운 금융 시대를 여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새로운 금융의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 전통 금융기관들의 토큰증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기업 등 다양한 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고, 단위를 작게 쪼개 사고팔 수 있다.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가치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1주 단위로 거래되는 주식보다 더 작은 지분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전우종 SK증권 대표는 지난 6월 산업플랫폼혁신포럼에서 “뉴진스를 좋아하는 투자자라면, 하이브 주식 대신 ‘뉴진스 코인’을 살 수 있게 된다”며 원하는 자산을 콕 찍어 유동하고 거래하는 ‘토크노믹스’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의 합법화를 공식화했다.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를 준수하고 발행·유통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토큰증권 관련 제도가 이미 정립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업계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202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관련 법제화가 완비되는 2024년 시작부터 34조원 규모로 첫 발을 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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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2030년에는 367조원 규모로, 6년간 10배가 넘는 초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특히 다양한 가상자산을 전통적 증권의 영역으로 끌고 올 수 있어, 앞으로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토큰증권 시장은 증권사에 브로커리지 수수료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 신탁, 운용, 자산관리(WM) 각 부문에서 모두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열리는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 관계를 넘어 토큰증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동맹체 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월 SK텔레콤과 토큰증권 비즈니스 연합체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공식 출범시켰다. 하나금융그룹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더불어 토큰증권 실무 협력체인 토큰증권 워킹그룹을 통해 K-콘텐트 및 프롭테크, 조각투자회사를 비롯해 제도·법적인 기반을 검토하는 법무법인 및 블록체인 회사 등이 힘을 모아 선도적 경쟁력 구축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ST 프렌즈’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금융기관 중심의 분산원장 생태계 구축에 나선 첫 사례로 이목을 끌었다. 이 협의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다양한 투자 상품을 공급하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은행 생태계를 바꾼 플랫폼 기술력으로 토큰증권 상품을 보다 간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공동 컨소시엄도 탄생했다. 9월 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은 토큰증권 시장 공동진출을 위한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형 증권사가 모인 공동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 했으며, 공동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전략적 사업모델 발굴까지 협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토큰증권의 도래는 ‘일상과 투자의 연결’을 의미한다. 얼마나 가치 있는 투자상품을 선보일 것인가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키움증권은 음악저작권 투자업체인 뮤직카우를 비롯해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테사 등 20여 곳의 조각 투자 플랫폼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 8월에는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조각투자사와 협력하는 차원을 넘어 플랫폼을 아예 인수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3월 토큰증권의 초기 모델이자 창업 5년차인 부동산디지털 수익증권 플랫폼 카사를 인수하고, 9월에는 압구정 커머스빌딩 공모를 진행해 167억원의 역대 최대의 조각투자 기록을 새롭게 썼다. 상업용 부동산을 5000원 단위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조각투자 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 중 하나다. 지난 4월 프린트베이커리와 미술품 기반 투자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7월에는 유튜브채널 수익 조각투자 상품 개발을 위해 크리시아미디어와 협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아이티센, 다날엔터테인먼트 등 금·은, 모바일콘텐트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본부장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토큰증권 발행·유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완성도 높은 사업모델 및 플랫폼을 통해 매력적인 토큰증권 상품을 시장에 공급해 새로운 투자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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