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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직접 종목 담고 덜어내는 ‘나만의 ETF’ 돌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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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호 14면

자산 관리 게임 체인저 ‘다이렉트 인덱싱’

“재산의 90%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이 투자에 전문지식이 없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유언장에 적어 놓은 말이다. 주식시장에서 지수(Index)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한 여러 종목(기업)의 주가 변동을 합산해 산출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고, 이로 인해 투자자로부터 인기가 많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ETF는 물론 코스피200(한국 대표 기업 200개 기업의 시총을 지수화한 것)과 같은 지수는 개인 투자자들이 종목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 예컨대 코스피200에 투자하고 싶지만,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현대차나 기아차만 쏙 빼고 투자할 수 없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삼성전자만 제외하고 코스피200에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개별 종목에 대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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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 이 ‘지수’를 투자자 개개인이 직접 설정할 수 있다면? 투자자 마음대로 코스피200에서 현대차·기아차나,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지수를 구성해 투자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개인 맞춤형 지수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이 바로 맞춤형 지수를 만들고 투자·관리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ETF가 기성품이라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맞춤형 제품 즉, ‘나만의 ETF’인 셈이다.

펀드·ETF 대체해 빠르게 성장 예상

다이렉트 인덱싱은 기존의 펀드나 ETF가 갖고 있던 각종 제약 사항과 단점을 보완하고, 훨씬 저렴한 비용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운용을 가능하게 해 ‘자산 관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미국의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은 2017년 1400억 달러(약 188조원)에서 2021년 4620억 달러로 4년 새 3배 이상 성장했다. 올리버와이먼은 2050년에는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1조5000억(약 2021조2500억원)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현재 미국의 대형 자산 운용사 찰스 슈왑을 비롯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블랙록·JP모건·뱅가드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앞다퉈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전까지는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기술 발전 등에 힘입어 고객층이 확대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증가로 직접 투자가 대중화되며 펀드와 ETF 상품 등을 대체해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ETF가 등장한 이후 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됐는데, ETF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바로 다이렉트 인덱싱”이라며 “펀드를 상당 부분 대체한 것이 ETF였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이 앞으로 ETF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올해 1월 업계 최초로 ‘NH다이렉트 인덱싱’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체 개발한 맞춤형 다이렉트 인덱스 서비스를 내놨다. NH투자증권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과 같은 기본 시장 지수뿐 아니라, 회사가 자체 개발해 운용 중인 ‘NH i-select 지수(테마형)’를 선택한 뒤 투자자 취향껏 종목을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즉,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ESG 관련 기업 중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만의 ETF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투자 비중도 투자자가 조정한다. 예컨대, 코스피 상장 대표 기업 15개 종목을 선택한 후 구성 종목 중 소프트웨어 섹터 비중을 0으로 낮추고 반도체, 바이오 종목을 높이는 식으로 지수를 구성한다. 리밸런싱(Rebalancing·정기적 변경) 주기도 1개월~1년 단위로 본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만든 지수는 모의투자(백테스팅)를 통해 성과를 확인해보고 투자할 수 있게 설계됐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김현중 부장은 “NH다이렉트 인덱싱이 혁신적인 투자 기법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해외주식투자, 소수점 거래 도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절세 전략으로 주목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각사]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각사]

4월에는 KB증권이 ‘KB증권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출시했다. KB증권의 서비스는 특히 테마, 업종, 대가들의 투자 전략, 나만의 전략으로 4가지 전략을 도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투자 지식 수준에 따라 전문가가 사전에 만들어 제공하는 프리셋(Pre-set·예시 포트폴리오)을 그대로 따라해도 된다. KB증권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의 투자 프로세스는 ▶투자 전 ▶투자 진행 ▶투자 후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투자 전’ 단계에서는 고객은 자신이 구성한 전략 아이디어를 ‘전략 보관함’에 여러 개 넣어두고, 모의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세부적인 분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각사]

NH투자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각사]

이렇게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종목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포트폴리오 비중과 유사하게 최대 50종목까지 클릭 한 번으로 일괄 매매할 수 있다(‘투자 진행’ 단계). ‘투자 후’ 단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주가 등락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할 수 있고 전략 변경도 원클릭으로 가능하다. KB증권 신동준 WM투자전략본부장은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은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투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증권사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4월 28일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출시 이후 7월 31일까지 3개월 만에 1만5458명이 참여했다.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전략보관함에 저장한 전략 수는 5만6590건에 달한다. 사용자 가운덴 40~50대가 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20~30대(24%)와 60대 이상(18%) 순이었다.

다이렉트 인덱싱이 인기를 끌면서 NH투자증권·KB증권 외에도 한화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다이렉트 인덱싱을 2025년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비한 절세 전략으로도 눈여겨보고 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합산 소득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연간 금융투자 수익을 5000만원 이하로 조절할 수 있다. 직접 정한 주기에 따라 투자 종목 비율 리밸런싱을 하면서 손실 본 종목만 골라 매도하면 손익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 구성 종목 중 손실을 본 종목만 골라서 매도하면 총수익 규모를 줄여 절세에 대응하기 쉽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류 ‘디지털 부유층’ 급증, 자산 관리 PB 센터도 온라인으로 대이동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증권 거래가 일상이 되면서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해진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전담할 조직을 만들거나,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를 배치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자산규모 1억원 이상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 고객은 2019년 말 3만8197명에서 올해 3월 말 25만명으로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디지털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 ‘디지털케어 플러스’를 선보였다. 자산 1억원 이상 디지털 우수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 자산분석 ▶담당 디지털 어드바이저(Digital Advisor)와 대기 없이 유선 연결되는 바로 연결 ▶보유종목 리포트 요약 ▶투자상담 등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디지털 고객의 폭발적 증가에 발맞춰 2020년 디지털(Digital)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전문적인 투자상담역량을 갖춘 디지털 어드바이저 배치·서울 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거점 운영하고 있다. 김봉기 Digital고객관리본부 대표는 “고객의 자산규모와 투자 대상, 정보 니즈 등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애플리케이션(앱) 엠팝(mPOP)을 통해 ‘에스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급 프리미엄 서비스’를 플랫폼 형식으로 만들었다. 투자정보라운지·세미나라운지·컨설팅라운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 서비스의 ‘꽃’인 PB 서비스도 디지털로 제공한다. 컨설팅라운지에선 비대면 PB 역할을 하는 디지털PB와 투자 상담을 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 서비스를 위해 경력 10년 이상인 PB 100명 이상을 디지털자산관리본부로 배치했다. 디지털 부유층 중에서도 자산 및 거래 규모가 큰 디지털 고액자산가를 위해 별도 ‘VIP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7월 ‘디지털PB센터’를 오픈하고 디지털 우수 고객에게 투자 정보뿐만 아니라 세무·연금·부동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PB센터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역량과 자산관리 역량을 결합한 플랫폼PB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융합 조직이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각 분야별 전문가를 배치해 고객에게 종합적인 금융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 대표는 “디지털PB센터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고객 특성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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