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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띄워도 못잡는 美총기난사범..."그는 20년 '명사수' 예비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메인주에서 18명의 사망자와 13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카드(40)는 미 육군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예비군 하사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법 당국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왔던 카드의 총기를 압수를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영장 발부…헬기 동원한 검거 작전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주(州) 경찰은 8건의 살인 혐의로 카드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카드에 대한 8건의 혐의가 적용돼 영장이 발부됐다"며 "현재까지 카드가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총기 난사 이후 도주한 카드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숲과 수로, 마을 곳곳을 샅샅이 뒤지는 수색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헬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아직 그를 체포하지 못한 상태다.

무장 상태로 추정되는 카드가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인구 3만 8000명이 사는 루이스턴 인근 지역 사회에는 차량 통행과 인적이 끊겼고, 공립학교들은 수업이 취소됐다. 자넷 밀스 메인주 주지사는 "오늘은 메인 주의 암울한 날"이라며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카드. 로이터=연합뉴스

로버트 카드. 로이터=연합뉴스

아이 보호하려다 사망한 할아버지  

사건이 발생한 메인주는 미국에서 살인율이 가장 낮은 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악의 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유족들을 통해 희생자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충격과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희생자 가운데는 사고 현장인 볼링장에서 퍼붓는 총알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숨진 76세 할아버지 밥 바이올렛을 비롯해 용의자를 잡기 위해 쫓아가다 목숨을 잃은 식당 종업원 조셉 워커(56) 등이 포함돼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바이올렛은 전직 정비공으로 은퇴 후 수년 전부터 청소년 볼링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볼링 경기엔 자신의 손자들도 참여시켜왔다고 한다. BBC는 바이올렛이 총기 난사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키려다 사망했고, 그의 부인 루시도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18명을 사망하게 한 메인주 총격범 로버트 카드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진 모습. AFP=연합뉴스

18명을 사망하게 한 메인주 총격범 로버트 카드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진 모습. AFP=연합뉴스

총기 압수 근거 있었지만 무용지물

현지 매체들은 사법당국이 카드의 총기를 압수할 법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압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카드가 지난 여름 뉴욕주 캠프 스미스 부대에서 훈련받을 때 "환청을 듣고 동료를 해치고 싶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소속된 육군 예비군 지휘관은 지난 7월 "카드가 비정상적 행동을 한다"고 보고했고, 이후 카드는 군 병원에 후송돼 '의학적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전 동료는 데일리 비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동료들에게 폭력적이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며 카드에게 정신적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지 매체들은 "메인 주에는 의료 전문가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경찰이 판사에게 총기를 압수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황색 깃발법'이 있다"며 "그럼에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드는 미국 육군 예비군 하사로 2002년 12월 입대해 20년 이상 근무했다. 보직은 유류 공급 전문가였다. 미군 예비군은 현역 상근 병사와는 달리 비상근으로 근무한다. 특히 총기를 잘 다뤄 '명사수'로 불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5일 밤 미국 메인주의 한 볼링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로버트 카드의 모습. AP=연합뉴스

25일 밤 미국 메인주의 한 볼링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로버트 카드의 모습. AP=연합뉴스

뉴스위크에 따르면 카드는 극우성향이었으며 SNS에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 혐오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매체는 카드가 극우 앵커인 터커 칼슨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의 SNS 글을 리트윗한 기록을 확인했다.

"감기약보다 구매 쉬워" AR-15 논란 재점화  

이번에 사건에 사용된 총기는 AR-15 소총이다. 분당 45발을 발사할 수 있는 해당 소총은 군사용 반자동 소총인 M-16의 '민간 버전'으로 불린다. 그런데 해당 소총은 미국 내 2000만 정 넘게 보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간인의 총기 소유와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AR-15는 그간 발생했던 총기 사건 때마다 등장하며 논란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등 28명이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2012년~2022년 사이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 17건 중 10건에서 AR-15 소총이 사용됐다. 이와 관련 총기 반대 활동가인 새넌 와츠는 X(옛 트위터)에 "메인주에서는 감기약을 사기가 AR-15보다 더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래픽] 미국 메인주 총기 난사 사건   (서울=연합뉴스)

[그래픽] 미국 메인주 총기 난사 사건 (서울=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성명을 내고 "무분별하고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건에 온 국가가 애도하고 있다"며 의회에 '돌격 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메인주 출신 작가 스티븐 킹도 이번 총격을 "(총기 소지의) 자유라는 이름의 광기였다"면서 총기 규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2013년 킹은 총기 소유주의자들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자동 및 반자동 총기의 규제를 촉구하는 장문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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