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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기준금리 10연속 인상 뒤 동결…라가르드 “인하는 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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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최근 10회 연속 인상 끝에 동결했다.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 효과로 물가 압박이 서서히 완화하고 이제는 경기 둔화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6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통화정책이사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ECB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5%,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와 연 4.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지난해 7월 0%였던 기준금리에서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지난해 9, 10월 두 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세 번의 빅스텝을 이어간 뒤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10회 연속 인상이 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다 제동을 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포인트 올린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미국도 곧 열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ECB는 통화정책방향을 공개하며 “현행 기준금리 수준을 충분히 오래 유지한다면 물가 상승률을 중기 목표치인 2%로 적기에 복귀시키려는 정책이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근원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로 치솟았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로 8월 5.2%보다 0.9%포인트 축소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8월 5.3%에서 9월 4.5%로 0.8%포인트 작아져 2020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둔화했다.

향후 결정에 대해서 ECB는 기준금리를 제한적인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화정책이사회는 데이터에 기반해 이 제한의 적절한 수준과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는 약한 상태지만, 물가 압박도 여전히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치솟게 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동결 결정을 설명하며 향후 금리의 방향,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때는 행동을 안 하는 게 행동이다”라며 “동결하기로 한 결정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 전망과 관련 “경기는 올해 연말까지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더욱 둔화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회복하고 수출수요도 치솟아 추후 경기는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CB의 이번 결정을 두고 금융시장에선 이미 유럽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 종료가 가까워졌고, 다음에는 금리 인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ECB가 내년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10월까지 2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앞서 AFP 통신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인 2%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차입 비용 상승으로 유로존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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