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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여성이 과반…"돌려막기 인선" 비판도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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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혁신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2명의 혁신위원 인선안을 의결했다. ‘국민과 함께 혁신위’로 명명한 혁신위엔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서울 서초을, 재선)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과 서울 정무부시장을 지내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까운 오신환 전 의원도 혁신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 동대문을과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박 의원을 포함해 혁신위에 인선된 전·현직 의원 3명 모두 서울 지역 정치인으로 구성됐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확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인선이란 평가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 인선 배경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 인선 배경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당내 인사로는 정선화 동국대 WISE캠퍼스 겸임교수(전북 전주병 당협위원장)와 정해용 전 대구 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발탁됐다. 외부 인사로는 이젬마 경희대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대 소아치과 임상 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 등 6명이 임명됐다.

인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 13명의 평균 연령은 46세로, 2040세대가 모두 8명이다. 최연소는 박우진 위원으로 2000년에 태어난 현직 대학생 신분이다. 60대 이상은 인 위원장과 박성중 의원 등 2명뿐이다. 특히, 여성이 7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인 위원장은 “여성,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청년 (위주) 인선을 했다”며 “당 외부 인사를 많이 배려했는데, 그분들이 한 마디로 브레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권 지지세가 강한 대구 지역 관련 인사와 경북대 출신이 다수 합류한 게 눈에 띄었다.

인재난·구인난…“혁신위 인선 아쉬워”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당내에선 박성중 의원과 김경진 전 의원 같은 친윤계 인사가 2명 포함된 반면 이준석계를 포함한 비윤계 인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인 위원장이 애초 강조한 ‘통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선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의 경우 대표적 이준석계 인사인 허은아 의원과 동대문을 지역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에선 혁신이란 메시지를 원하는데, 그러려면 의도적으로 ‘친윤’ 색을 빼야 한다”며 “비윤계를 포함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당 최고위에선 계파색을 띤 일부 위원의 합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가 “인 위원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믿고 맡기자”는 취지로 설득해 원안대로 의결됐다.

인 위원장은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거절했다. 굉장히 아쉽지만 못 들어온다고 했다”며 인선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혁신위원 인선 발표 직전까지도 일부 인사들에게 혁신위 합류를 제안하는 연락을 돌렸다고 한다. 인 위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의진·윤희숙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 김재섭·천하람 당협위원장 등이 인 위원장의 혁신위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신진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등도 정치 철학이 다르다는 이유 등을 대며 끝내 고사했다.

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혁신 이미지와는 맞지 않게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당 ‘민생 119 특위’ 출신의 정선화·정해용 위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출신의 이소희 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모양 갖추기 혁신위로는 자칫하다간 민주당 혁신위처럼 ‘망신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을 포함한 13명의 인사 중 전·현직 의원이 3명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 인사를 잔뜩 데려다 놓는다고 혁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치를 알아야 혁신도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찾아뵐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인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가 쓴소리를 많이 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여러분이 아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가겠다”며 “내가 확실히 약속하는 건 아마 일주일이 지나면 우리 당에서도 (급격한 변화에)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고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여권에선 내년 4·10 총선을 5개월여 앞둔 만큼 혁신위가 총선 공천과 관련한 대원칙을 정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남 중진 의원들에게 ‘출마 여부를 혁신위나 공천관리위원회에 일임하라’는 서약을 받거나 ▶음주·폭행·막말 등과 같은 도덕성 기준을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불체포 특권과 같은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당헌·당규에 직접 명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집은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내 책임은 국민의힘이 바른 기초를 다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구체적인) 공천까지 내가 앞서나가진 않는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혁신위가 민감한 공천 문제에 관여하게 되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상당수 혁신위원이 선제적 불출마 선언 등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인 위원장은 “그건(선제적 희생은) 두 달 후에 결론을 낼 때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혁신위는 27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당 쇄신 방안 논의에 착수한다. 앞서 광주 5·18 민주묘지 방문 계획을 밝혔던 인 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뵈려고 하고, 대구에 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만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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