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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이 달라진다… '러브' 떼고 '관광' 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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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서울시내 모텔.여관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저가 호텔로 탈바꿈한다. 서울의 호텔비가 외국인 관광객을 내몰 정도로 비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특급호텔 기준으로 숙박비.식비를 합친 서울의 하루 체재비는 567달러(약 53만원)로 몬테카를로(732달러).파리(623달러)보다는 낮지만 도쿄(541달러).홍콩(521달러)보다 높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서울시 경쟁력강화기획본부 이무영 과장은 27일 "서울 시내 모텔.여관을 중저가 호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중저가 호텔을 현재 100곳에서 2010년까지 30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모텔에서 전환하는 중저가 호텔의 하루 객실료를 4만~8만원에 맞출 계획이다. 또 중저가 호텔을 통합 관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기 전 호텔 위치와 가격, 3D 그래픽을 통한 호텔 내부 모습 등을 확인한 후 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호텔 카운터에서 화상전화를 이용해 숙박업협회 중앙회에 상주하는 통역 요원과 통화해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불편 없이 투숙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8월 숙박업협회 중앙회를 통해 도심과 가까운 종로구 낙원동과 마포구 노고산동 일대의 모텔.여관 업주들에게 중저가 호텔로 바꿀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조사 결과 낙원동 일대에서는 40여 곳이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노고산동 일대에서는 20여 곳이 찬성했다.

서울시는 내년 2월 이들 모텔을 '하이 서울 호스텔(가칭)'로 지정한 뒤 업소당 최대 5억원까지 중소기업육성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모텔 업주들은 이 자금으로 '러브호텔'의 2인용 더블 침대를 싱글 침대로 바꾸고, 불필요한 객실 내 거울 장식 등을 바꾸게 된다. 서울시는 여행사와 연계해 중저가 호텔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로드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무영 과장은 "미국.유럽 등지에서 오는 관광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중국.동남아의 관광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250만 명인 데 비해 중국.동남아로부터의 관광객은 각각 80만 명, 50만~60만 명에 불과해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낙원동.노고산동의 시범사업이 자리를 잡을 경우 동대문구 용두동, 영등포 일대, 중구 회현.황학동, 광진구 화양동, 강서구 화곡.등촌동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문제점은 없나=낙원동 일대의 전체 모텔.여관은 17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40여 곳만이 호텔 전환에 찬성해 동의율이 24%에 불과하다. 이들 숙박업소가 서울시의 계획에 동참을 주저하는 것은 세원(稅源)이 노출되고, 하루에도 몇 차례 손님을 받는 '대실' 영업을 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청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 모텔 업주들의 불신이 큰 것 같다"며 "이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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