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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후보지 탐방 ②] 천안아산 신도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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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는 서울에서 가깝다. 서울시내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당진IC에서 빠져 삽교천방조제, 아산시를 거쳐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까지 가는데 승용차로 두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자 김영호(56)씨는 “멀리도 돌아왔다”며 혀를 찼다. 강남지역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천안IC로 빠지면 채 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속철이 개통되면 천안아산역에서 서울역까지 34분이면 가는데다 연말에는 전철 수원~천안 구간도 운행될 예정”이라며 편리한 교통을 자랑했다.

◇ 충청지역의 교통 요지= 충남 천안시 백석·불당동 및 아산시 탕정·음봉·배방면에 3단계에 걸쳐 2020년까지 총 8백76만평 규모로 개발될 예정인 아산신도시는 이미 기반시설 설치 등 개발계획이 세워져 있다. 대학과 공공기관 이전도 계획돼 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아산 신도시 1단계지역의 중심이 될 경부고속철도 역사. 주위로 버스터미널 및 상가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제공]

그뿐 아니라 사통팔달의 철도, 도로망뿐 아니라 평택항이나 청주공항까지 30분, 인천공항까지 1시간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아산신도시는 충청지역의 교통요지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이곳이 신도시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 고속철도로 정기 통근도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수도권 분산이라는 명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아산신도시는 수도권의 연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수도권 분산을 위한 행정신도시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충청권에서 땅값이 싸면서 서울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신행정수도 입지연구단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 아산신도시 1단계지역 조감도

◇ 부동산 가격 급등= 아산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이승현(45)씨는 “7-8년 전까지는 집값이 매매가나 전세가가 거의 비슷했는데 지난해 이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천안아산역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불당지구 근처 백석동의 아파트는 28평형이 1억4천만원, 32평형은 1억 6천만원을 호가한다. 오는 12월 입주예정인 한 아파트 37평형은 1억1천9백만원에 분양됐으나 현재 분양권 가격은 1억8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선이후 재건축 아파트는 40%, 기존 아파트는 20%이상 값이 올랐다는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그나마도 요즘은 호가만 있을 뿐 거래는 많지 않다.

준농림지의 경우 아산신도시 내 철도확장에 따른 토지보상가격이 평당 30만~40만원에 이뤄지면서 비슷한 수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이 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는 많지 않다. 신도시 주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는 1백만원 이상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한 주민은 “단독주택용지는 분양가 2백만원에 시가는 3백50만원에 달할 것”이라며 “실제로 이곳에 살지 않는 외지인들이 주변 택지를 명의신탁이나 미등기전매를 통해 이미 돈잔치를 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고 말했다.

▶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선문대 입구에서 바라본 아산신도시.한양대는 앞에 보이는 산너머 캠퍼스 부지를 물색중이다.

◇ 수도권 편입 효과 기대= 주민들은 신행정수도 지정보다는 수도권에 편입되는 점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천안시 구시가지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이금순(48,여)씨는 “ 단국대 등 대학 많지, 서울대 이전한다는 소문도 있지, 삼성이 공장 짓는다지, 고속철도 뚫리지, 뭐 서울 웬만한 곳보다 못할게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 쪽으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말을 걸었던 한 택시 운전사는 “10년새 인구가 두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행정수도까지 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계획만이라도 제대로 실현되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은 오히려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가를 알아보고 있다는 최모(56)씨는 “벌써 땅 판 돈 다 들어먹은 농민들은 집값도 천정부지로 올라 몇대째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할 형편”이라며 “도시 젊은이들이 늘어나며 인심도 전같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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