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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빈 살만과 통화…'사우디·이스라엘 포옹' 다시 주선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두 사람은 24일(현지시간) 통화해 중동 지역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두 사람은 24일(현지시간) 통화해 중동 지역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드라이브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미국이 그동안 공들여 온 사우디ㆍ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가 급제동이 걸린 듯했지만, 재가동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하고 이스라엘ㆍ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외교적ㆍ군사적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이 역내 안정을 유지하고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외교적 노력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걸프협력회의(GCCㆍ아라비아반도 6개국)가 지원한 1억 달러에 대응해 미국도 1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특히 “두 정상은 최근 몇 달간 사우디와 미국 간에 진행된 노력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가 진정되는 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중동 평화 구상의 핵심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에 힘써 왔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가 가까워지고 아랍권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중동 지역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꾀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미 상당 수준 진척이 돼 가시적 성과를 앞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항공로 개설에 합의하는 등 정식 수교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당신의 리더십 아래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역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다”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2020년 미국의 중재에 의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UAE)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마저 정상화할 경우 팔레스타인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할 수 있다. 하마스가 이런 흐름을 깨기 위해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0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우디 사람들과 함께 앉으려는 참이라는 걸 그들이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ㆍ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훼방 놓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또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길 원했다. 조만간 이를 공식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수교 논의가 성사 직전 단계였음을 시사했다.

백악관 역시 이스라엘ㆍ사우디 관계 정상화가 여전히 중요한 정부 역점 사안 중 하나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현재 다른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관계 정상화에 큰 가치가 있으며 이를 계속할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대사는 최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 시도가 이번 전쟁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교 시점이 미뤄질 수는 있으나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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