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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지적에도 강행했지만…인국공 '폴란드 신공항' 좌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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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바르샤바 인근에 지으려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폴란드가 바르샤바 인근에 지으려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인천국제공항(인국공)이 불투명한 투자비 회수방안 등 여러 우려 속에 추진했던 폴란드 신공항 투자 건이 결국 무산됐다.

 25일 인국공에 따르면 폴란드가 신공항 공항 건설을 위해 실시한 전략적 투자자(SI)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프랑스의 방시그룹이 선정됐다. 경쟁입찰에 참여한 인국공은 탈락한 것이다.

 수도인 바르샤바 인근에 들어설 폴란드 신공항 사업은 14조원을 투입해 기존 쇼팽공항을 대체하는 중동부 유럽의 허브공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주로 1개와 터미널 1동 등 연간 4000만명(1단계)의 여객을 처리하는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개항은 2028년 목표다.

 폴란드는 총 사업비 14조원 가운데 40%인 6조원을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8조원(60%)을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인국공은 전략적 투자자 유치 입찰에 참여했다. 전체 사업비의 12%인 9000억~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방시그룹은 이보다 3배 가까운 2조 5000억원을 투자액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바르샤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폴란드 바르샤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인국공은 투자 무산이 아쉽다는 반응이지만 애초부터 폴란드 신공항 투자 건은 불투명한 투자비 회수 방안과 투자에 따른 부수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등 때문에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밝힌 투자비 회수방안은 ▶지분율에 따른 주주 배당금 ▶ 필요시 지분 매각 ▶건설 및 운영에 따른 부가 수입 등이 전부다. 그런데 이 가운데 ‘건설 및 운영에 따른 부가 수입’은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이기 때문에 공항 건설에 참여할 건설사 선정도 EU 조달 협정에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EU 외의 다른 나라 건설업체가 큰 규모의 건설사업을 따 내기기는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또 배당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겠다는 계획 역시 폴란드 신공항이 계획대로 막힘없는 고속성장을 계속 이어간다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하다. 지분 매각 역시 공항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 인수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전경. 연합뉴스

 이러한 우려 사항을 중앙일보가 몇 차례 지적하는 등 논란이 일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시행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공타)에서 선결조건 이행을 전제로 통과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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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과 ▶신공항 이용료(사용료) 사전 결정 및 미이행 시 수익성 보전방안 마련 등 두 가지 선결조건을 이행하라는 요구였다.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KDI 측에 문의했더니 선결조건을 이행한다는 전제에서 타당성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만약 선결조건을 해결 못 하면 타당성도 없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KDI가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건 그만큼 인국공의 투자 계획과 투자비 회수 방안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국공 안팎에선 폴란드가 인국공의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비와 까다로운 투자 조건을 거부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사실상 인국공의 투자 계획은 투자비 회수 방안이 부실한 데다 설령 투자가 이뤄졌다고 해도 인국공이 공항 운영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건설에 직접 참여도 어렵기 때문에 별 이득이 될 게 없었다”며 “인국공은 본연의 업무인 공항 운영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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