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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폴란드 1조 베팅'…타당성 확보? 2가지 못 풀면 '꽝' [팩크체크]

중앙일보

입력

폴란드가 바르샤바 인근에 지으려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폴란드가 바르샤바 인근에 지으려는 신공항 조감도. [출처 폴란드 신공항 홈페이지]

 폴란드 정부가 수도 바르샤바 인근에 추진 중인 신공항에 인천공항이 7500억원의 지분투자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시행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공타)에서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기사가 19일 몇몇 언론에서 나왔다.

 이 같은 보도는 대부분 인천공항이 이날 “폴란드 신공항 지분투자 계획이 KDI의 공타 최종 종합평가에서 선결조건 이행을 전제로 타당(AHP 0.502)한 것으로 나왔다"는 보도자료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의 최종 종합평가 절차인 AHP(계층적분석)는 통상 0.5를 넘으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KDI가 평가한 수치가 0.502이기 때문에 이대로만 보면 인천공항의 폴란드 신공항 투자가 타당성을 얻었다고 말하는 게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KDI가 내건 선결조건의 의미와 내용을 따져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KDI는 ▶폴란드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과 ▶신공항 이용료(사용료) 사전 결정 및 미이행 시 수익성 보전방안 마련 등 두 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타당성 확보도 물 건너 가게 된다. '조건부 통과'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KDI측에 문의했더니 선결조건을 이행한다는 전제에서 AHP가 0.5를 넘은 것이기 때문에 만약 선결조건을 해결 못 하면 타당성도 없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폴란드 신공항 위치도. [자료 인천공항]

폴란드 신공항 위치도. [자료 인천공항]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인천공항에 선결과제 우선 해결을 지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선결조건 모두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첫 번째 조건인 '폴란드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은 인천공항이 원할 때 폴란드측이 제값 주고 지분을 인수할거란 보장을 받으란 의미다.이는 인천공항의 투자비 회수방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인천공항은 이자 등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1조원에 달할 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비 회수 방안으로 '지분(12.5%)에 따른 배당금'과 '유사시 지분 매각을 통한 회수'를 내세웠다. 공항 소유주로부터 고정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항 운영권은 사실상 확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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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공항업계에선 “배당금만으로 투자금 회수는 폴란드 신공항이 당초 계획대로 막힘없는 성장을 이어간다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지나치게 낙관적 방안”이란 비판이 나왔다.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등 이미 허브공항을 가진 나라들에서 폴란드 신공항에 대한 견제가 시작되면 상당 기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또 지분 매각 역시 신공항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 되면 제대로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사실 인천공항도 이미 폴란드측에 투자지분에 대한 의무매수 조건을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자손실 보전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공항의 폴란드 신공항 투자사업은 사장 직무대행인 이희정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

인천공항의 폴란드 신공항 투자사업은 사장 직무대행인 이희정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

 두 번째 조건 역시 신공항 이용료 등이 사전에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인천공항의 수익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에 제시됐다는 해석이다. 착륙료 등 이용료를 얼마나 받느냐는 공항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확보하려는 지분(12.5%)만으로는 이 같은 공항경쟁력 확보 전략에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신공항 이용료 사전 결정도 쉽지 않고, 다른 수익성 보전방안을 찾기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된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인 셈이다. 김범호 인천공항 신사업본부장은 "선결조건의 의미를 100% 이해하고 있으며 엄청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천공항이 폴란드 신공항 투자를 추진하면서 법적으로 합당한 투자인지 여부에 대한 외부 법률자문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본부장은 “이번 건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앞서 사전타당성조사(사타) 등에서 타당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타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쪽에서 발주하는 용역인 탓에 통상 발주처에 유리하게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 계획엔 공항운영권 확보나 국내 건설업체 참여 보장 같은 내용이 없어 사실상 단순한 지분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단순지분투자는 인천공항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폴란드 신공항 사업은 14조원을 투입해 기존 쇼팽공항을 대체하는 중동부 유럽의 허브공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활주로 1개와 터미널 1동 등 연간 4000만명(1단계)의 여객을 처리하는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개항은 2028년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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