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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82) 맥성에서 구원을 기다린 관우, 지원병을 보내지 않은 유봉과 맹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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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인은 공안을 손권에게 바치고 남군의 미방을 투항시키려고 찾아갔습니다. 미방은 걱정이 많던 차에 부사인을 만나자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자 부사인이 말했습니다.

제가 충성하지 않으려 해서가 아니라 형세는 위태롭고 힘은 모자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동오에 항복했습니다. 장군 역시 일찌감치 항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중왕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는데 어떻게 배신할 수 있소?

관공은 지난날 우리 두 사람을 몹시 미워했습니다. 만일 지고 돌아오는 날에는 선선히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공도 깊이 생각해 보세요.

우리 형제는 오랫동안 한중왕을 섬겼소. 어떻게 하루아침에 배반할 수가 있소?

미방이 망설이고 있을 때 관우가 보낸 사자(使者)가 왔습니다. 사자가 관우의 지시사항을 전달합니다.

관공께서는 전장에 군량이 모자라니 남군과 공안으로 가서 백미(白米) 10만 석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두 분 장군께서는 밤을 도와 진지로 운송해 가십시오. 만일 지체하면 즉시 목을 베겠다고 하셨습니다.

미방이 깜짝 놀라서 당황할 때 부사인이 사자를 죽이고 함께 투항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미방은 부사인과 함께 손권에게 투항했습니다.

이때 조조는 허도에서 모사들과 함께 형주의 일을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동오에서 사자가 손권의 편지를 가지고 왔는데, 형주를 기습하려고 하니 함께 관우가 알지 못하게 협공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조가 모사들에게 편지를 보여주자 주부(主簿) 동소가 계책을 냈습니다.

지금 번성은 포위되어 목을 늘여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가져다가 번성으로 쏘아 넣어 애타는 군심(軍心)을 풀어주고, 또 동오가 형주를 기습하려 한다는 것을 관우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그는 형주를 잃을까 봐 반드시 서둘러 군사를 물릴 터이니 서황에게 그러한 틈을 타고 엄습하게 하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는 동소의 계책을 따랐습니다. 서황이 진군하자 관평이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세(戰勢)가 불리했습니다. 요화와 힘을 합쳤지만 서황의 계략에 빠져 패하고 관우에게 돌아와 그간의 전투상황을 보고했습니다.

관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지금 서황에게 언성 등을 뺏겼습니다. 또 조조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삼로로 나누어 번성을 구원하러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형주는 이미 여몽의 기습을 받아 함락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그것은 적들이 우리 군사를 교란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다. 동오의 여몽은 병이 위독하여 육손 아이가 대신 맡고 있으니 염려할 것이 없다!

관우는 형주의 소문을 일축하고 서황을 맞아 싸우러 갔습니다. 관우와 서황은 교분이 두터웠습니다. 관우는 이를 믿고 서황을 다독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황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오늘 일은 바로 국가의 일이오. 내가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나라의 일을 그르칠 수는 없소!

관우와 서황이 80여 합을 겨뤘습니다. 관우는 지난날 화살을 맞았던 오른팔이 힘에 부쳤습니다. 이때, 수비에만 전념하던 조인이 구원병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성을 나와 관우를 협공했습니다. 관우는 급히 군사를 후퇴시켰습니다. 이때 파발마가 달려와 형주를 여몽에게 뺏겼다고 보고했습니다. 깜짝 놀란 관우는 양양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공안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척후기병이 달려와 공안은 부사인이 이미 항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연이어 남군의 미방도 동오에 귀순했음을 알렸습니다. 관우는 노기가 가슴을 막고 복받쳐 덜 아문 상처가 일시에 터지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관우가 사마(司馬) 왕보를 보고 말했습니다.

서황과 80합을 겨루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서황과 80합을 겨루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족하의 말을 듣지 않았더니 오늘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구려! 그런데 상하 강변에서는 어째서 봉화를 올리지 않았다더냐?

여몽이 배 젓는 병사들에게 모두 흰옷을 입혀 장사꾼으로 변장하고 강을 건넜으며, 배 안에 숨어 있던 정예병들이 먼저 돈대의 군사들을 사로잡아 봉화를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관우는 절망했습니다. 관량도독(管糧都督) 조루의 말처럼 성도로 구원병을 요청하고 형주를 탈환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손권과 조조의 협공에 막혀 형주공략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진군 도중에 이탈하는 군사들이 늘어났습니다. 여몽이 형주의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내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병사는 흩어지고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오자 관우는 힘에 부쳤습니다. 패잔군을 재촉하여 맥성으로 들어가 지키면서 근방의 상용에 있는 맹달과 유봉에게 구원병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관평이 길을 뚫어주고 요화가 상용으로 달려갔습니다. 요화의 위급함을 전해 들은 두 사람이 상의했습니다. 맹달이 말하길, 동오는 정예병에 용맹한 장수들이 형주 9군을 빼앗았고, 조조는 4~50만 대군으로 진군하고 있으니 가벼이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유봉이 숙부인 관우가 위험에 처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있을 수만은 없다고 하자 맹달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장군은 관공을 숙부로 받들지만 아마 관공은 장군을 조카로 여기지 않을 것이오. 제가 듣자니 한중왕이 처음 장군을 사자(嗣子)로 들일 때 관공은 기뻐하지 않았고, 그 뒤 한중왕이 왕위에 오른 후 후사(後嗣)를 세우기 위해 제갈량에게 묻자, 그가 ‘이것은 가정이 일이니 관우·장비에게 물으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하오. 그래서 한중왕은 즉시 사람을 형주로 보내 관공에게 물었는데, 관공은 ‘수양아들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장군을 못 세우게 했고, 한중왕에게 장군을 멀리 상용 산성에 배치하여 후환을 막으라고 권하였다 하오. 이 일은 누구나 아는 것인데, 장군은 어찌 모르고 또 어째서 오늘까지 숙질간이라는 의리에 사로잡혀 위험을 무릅쓰고 경솔히 움직이려 하시오?

유봉.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봉.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봉은 맹달의 말을 듣고 지원병을 보내지 않기로 입을 맞췄습니다. 요화는 머리로 땅을 찧으며 재차 간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맹달의 핀잔만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바로 간다고 해서 접시 물로 어떻게 화톳불을 끌 수 있겠소? 장군도 속히 돌아가서 촉군에서 군사가 오기나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이다.

요화는 대성통곡하며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유봉과 맹달은 소매를 털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요화는 일이 틀어지자 눈물을 머금고 성도로 말을 달렸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관우는 상용에서 군사가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은 없었습니다. 병사들 태반이 상처를 입었고 양식마저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때, 제갈근이 다시 찾아와 지난날을 회상시키며 순순히 항복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죽기를 각오한 관우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관우는 싸움은커녕 오지 않는 구원병을 기다리다 굶어 죽게 되었습니다.

모종강은 유봉과 맹달이 구원병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유봉이 구원병을 보내지 않은 것은 맹달이 시켜서 한 일이다. 그렇다면 맹달보다 그 죄가 작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맹달은 옛날 서촉의 항장(降將)으로 유장을 저버렸으니 어찌 관공이라고 저버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나무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봉은 한중왕의 양자이고 한중왕과 관공은 한 몸이나 다름이 없다. 관공을 배신한다면 이것은 한중왕을 배신하는 행위다. 관공을 배신한다는 것은 그래도 말할 수 있겠지만, 한중왕을 배신한다는 것을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유봉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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