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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81) 화타의 의술에 감동한 관우, 관우의 용기에 감동한 화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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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우금을 물리친 여세를 몰아 조인을 공격했습니다. 조인은 죽기를 각오하고 성을 사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관우는 조인의 궁노수가 쏜 쇠뇌살을 맞았습니다. 쇠뇌살에는 독약이 묻어 있었는데 뼈까지 빠르게 스며들었습니다. 치료가 소용이 없자 뭇 장수들이 사방으로 수소문을 하여 명의 화타(華佗)를 모셔왔습니다.

한적한 곳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커다란 고리를 만든 다음에 장군의 팔을 그 고리에 끼워 단단히 동여맬 것입니다. 그런 다음 얼굴을 가리고 계시면 내가 날카로운 칼로 살을 째고 뼈까지 스며든 화살 독을 긁어낸 후, 약을 바르고 실로 살을 꿰맬 것입니다. 하지만 장군께서 두려워하실 것이 걱정됩니다.

그깟 일에 무슨 장비가 필요하겠소? 술 몇 잔 더 마시고 바둑이나 계속 두면 되겠소이다.

화타가 수술하는 사이에도 바둑을 두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화타가 수술하는 사이에도 바둑을 두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는 술을 몇 잔 마시고는 마량과 두던 바둑을 계속 두었습니다. 화타는 관우의 오른팔에 칼을 대어 가죽과 살을 갈랐습니다. 뼈가 드러나도록 가르고 보니 뼈가 이미 시퍼렇게 변했습니다. 화타가 칼로 뼈를 긁는데 벅벅 소리가 뭇사람의 귀청을 때렸습니다. 그 광경을 본 자들은 모두 얼굴을 싸쥐고 낯빛이 하얗게 질렸지만 관우는 마량과 이야기하고 웃으며 바둑을 두는데 조금도 아파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수술이 끝났습니다.

이 팔을 전처럼 굽혔다 폈다 할 수 있고 조금도 아프지 않구나. 선생은 참으로 신의(神醫)십니다.

저는 의원노릇을 해온 반생 동안 이런 분은 처음 뵈었습니다. 군후께서는 참으로 천신(天神)이십니다.

관우는 화타의 의술에 감동하고, 화타는 관우의 용기에 감동하였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명의(名醫)와 명장(名將)의 만남이 마치 하늘의 뜻인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졌습니다.

치료함에 있어 내외과로 나눠야 하지만 治病須分內外科
세상 어디 신묘한 의술 가진 이 있으랴. 世間妙藝苦無多
신적인 명장으론 관운장이 유일하고 神威罕及惟關將
신비한 의술로는 화타가 꼽힌다네. 聖手能醫說華佗

관우가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죽이자 권위와 명성이 중원을 크게 진동시켰습니다. 조조가 놀라 도읍을 옮길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다시 계책을 냈습니다.

우금 등은 물에 휩쓸려 잡힌 것이지 싸움에 져서 잡힌 것이 아닙니다. 국가 대계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습니다. 지금 손권과 유비의 틈이 벌어지고 있으니 관우가 뜻을 이루는 것을 손권은 분명히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사자를 동오로 보내어 이해득실을 말하게 하고, 손권에게 은밀히 군사를 일으켜 관우의 배후로 살금살금 쳐들어가게 하십시오. 일이 이루어진 다음, 강남땅을 베어 손권을 봉해주기로 하면 번성의 위기는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조조는 손권에게 편지를 보내는 한편, 서황을 보내 관우의 기세를 막도록 했습니다.

노숙의 후임자인 여몽은 관우가 형주를 지키기 위해 경계를 엄중히 하자 병을 핑계 대고 사직하기로 계략을 짰습니다. 육손이 여몽의 후임자가 되어 관우를 찬미하고 예물을 보내 관우가 교만함에 가득 차게 했습니다. 관우는 육손의 계략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조인을 공격하는 데에만 병력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손권은 여몽을 불러 상의했습니다.

지금 관우가 과연 형주의 군사를 돌려 번성을 공격하려 한다니 즉시 형주를 기습해 빼앗을 계책을 세워야겠소. 경은 나의 아우 손교와 함께 대군을 이끌고 먼저 가는 것이 어떻겠소?

주공께서 만일 저를 쓰시려면 저 한 사람만 쓰시고, 만일 숙량을 쓰시려면 숙량 한 사람만 쓰십시오. 지난날 주유와 정보가 좌·우도독이 되었을 때, 선배였던 정보는 주유 밑에 있게 되자 자못 불목(不睦)했고, 그 뒤 주유의 재주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승복했습니다.

손권은 크게 깨닫고 즉시 여몽을 대도독으로 삼아 총괄토록 했습니다. 손교는 뒤에서 군량의 수송을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여몽은 3만 명의 군사와 80척의 배를 준비했습니다. 물에 익숙한 사람들만 골라 장사꾼으로 변장시켰습니다. 조조와 협공하기로 하고 강변 봉화대에 정박했습니다. 형주의 군사들이 검문하자 모두 장사꾼이라고 둘러대고 뇌물을 먹이자 정박을 허락했습니다. 늦은 밤, 배 안에 숨어 있던 정예병들이 나와 강변의 봉화대를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형주로 진격하니 아무도 형주의 일을 알 수 없었습니다.

장사꾼으로 위장해 형주로 잠입하는 동오 군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사꾼으로 위장해 형주로 잠입하는 동오 군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몽은 형주에 이르러 봉화대서 잡은 군사들에게 상을 주고 좋은 말로 다독여 속임수를 써서 성문을 열게 했습니다. 여몽은 싸움 한 번 없이 형주성을 차지했습니다. 다음날, 손권이 형주로 왔습니다. 손권은 오매불망 원하는 형주를 차지했으니 너무도 기뻤습니다.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군사들에게는 상을 주고 잔치를 열어 자축했습니다. 형주의 감옥에 갇혀 있던 우금을 풀어 조조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이제 형주는 얻었지만 공안의 부사인과 남군의 미방은 어떻게 수복하겠소?

화살 한 개 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닳지 않는 세 치 혀를 놀려서 공안의 부사인이 항복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우번이 나서자 손권은 기뻐하며 5백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공안으로 보냈습니다. 부사인은 이미 형주가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자, 전날 관우가 자신을 원망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우번이 설득하자 형주로 와서 투항했습니다. 손권은 미방도 투항시키라고 하자 흔쾌히 남군으로 향했습니다. 손권은 형주와 공안을 화살 한 방 없이 차지하고 남군까지 차지하려 하는데, 관우는 봉화대만 믿고 조인을 공격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형주를 차지한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형주를 차지한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은 손권이 형주를 차지하는 장면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손권이 여몽의 말을 듣는 것을 보면 오와 위는 모두 한나라의 역적이다. 손권이 만일 관우가 번성을 공격하는 틈을 타서 북쪽으로 서주를 공격하여 중원을 똑같이 나누었다면, 한나라도 중흥시키고 조조도 멸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칼로 책상을 내리치며 한 맹세를 잊은 채 지난날의 맹약을 저버리고 도리어 은밀히 조조와 손잡고 관우를 도모하는가. 그렇게 된 것은 형주를 차지하기 위해 다툰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형주는 유비가 조조에게서 빼앗은 것일 뿐, 본래 손권에게 빌린 것이 아니다. 그것을 두고 빌려주었다,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제갈량이 손권과 손을 잡고 조조를 토벌하기 위해 한때 임기응변으로 했던 말에 불과하다. 그런데 마침내 참으로 빌려준 것으로 생각하고 참으로 돌려주기를 바랐으며 나누어 준 것마저 부족하여 또다시 기습을 감행하여 유비의 뜻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관우의 공을 이루지 못하게 하였으니 어찌 침통하고 한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주유가 살아 있을 때는 손권과 유비의 사이가 벌어졌고, 주유가 죽자 손권과 유비는 화합했다. 그리고 노숙이 등용되자 손권과 유비는 화합했고, 노숙이 죽자 손권과 유비의 사이는 다시 멀어졌다. 주유의 견해는 노숙과 달랐고, 노숙의 견해는 또한 여몽과 달랐기 때문이다. 노숙은 유비와 손잡고 조조를 막으려 했으니 제갈량과 견해가 대강 비슷했다. 그래서 노숙의 세상이 끝나기 전에는 오와 촉이 다투지 않았다. 여몽이 군권을 잡자 이처럼 맹약을 저버리고 신의를 잃고 있으니 슬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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