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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83) 관우를 목 베어 죽인 손권, 여몽을 피토하며 죽게 한 관우의 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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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맥성에서 오지 않는 구원병을 기다리며 군사를 점검했습니다. 기병과 보병을 다 합쳐도 3백여 명뿐이었습니다. 군량은 떨어지고 성 밖에서는 성안의 군사를 부르는 소리가 애절하게 들려왔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성벽을 넘어 달아나는 군사들이 속출했습니다. 관우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아! 내 지난날 왕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될 뿐이다. 오늘의 위급한 사태를 어찌해야 하는가.

상용에서 구원병이 오지 않는 것은 바로 유봉과 맹달이 군사를 눌러둔 채 출동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 외딴 성을 버리지 않습니까? 서천으로 들어가 다시 군사를 정비해 실지(失地)를 회복하십시오.

관우는 성으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북문 쪽에는 적군이 많지 않았습니다. 북쪽으로 나가면 후미진 산골길을 통해 서천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관우는 그 길을 택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왕보가 다시 간했습니다.

소로에는 매복이 있을 터이니 대로로 가셔야 안전합니다.

매복이 있다 한들 내가 무엇을 겁내겠느냐?

미염공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미염공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는 왕보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서도 다시 왕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신의 무력(武力)만 믿고 있으니 진정 깊게 반성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동오의 여몽은 맥성의 관우가 성 북쪽으로 빠져나가 소로를 통해 서천으로 갈 것을 알고 미리 군사를 매복시켜 놓았으니 더더욱 왕보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아무리 무예가 출중한 관우라 하더라도 사방에서 계속해서 협공하는 적군을 무찌르고 길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관우와 관평은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손권 앞으로 관우 부자가 끌려왔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장군의 큰 덕을 흠모해 왔소. 진진지호(秦晉之好)를 맺고 싶었는데 어째서 거절하셨소? 공은 평소 천하무적이라고 자부하더니 오늘은 어째서 나에게 사로잡혔소이까? 장군! 오늘도 여전히 손권에게 항복하지 않으시겠소?

파란 눈의 붉은 수염 그린 쥐새끼야! 나는 유황숙과 도원결의할 때부터 한나라를 다시 세우기로 맹세했다. 내 어찌 한나라의 반역자인 네놈과 편이 되겠느냐? 내가 지금 간사한 계략에 걸려들었으니 오직 죽을 뿐, 무슨 여러 말이 필요하겠느냐?

손권은 망설였습니다. 예를 다해 대접하면서 좀 더 귀순을 권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주부(主簿) 좌함이 반대했습니다.

아니 됩니다. 지난날 조조가 이 사람을 얻었을 때 후(侯)에 봉하고 벼슬을 준 다음, 사흘에 한 번씩 작은 잔치를 열어 주고 닷새에 한 번씩 큰 잔치를 열어주면서 말을 타면 금을 주고 말에서 내리면 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은전을 베풀고 예의를 다했지만 결국 잡아 두지 못했고, 그가 관을 지키는 장수들을 죽이고 가도록 놓아두었기 때문에 오늘날 도리어 그의 핍박을 받아 도읍까지 옮기며 그의 예봉을 피하려고까지 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 잡아 놓고 만일 즉시 제거하지 않으시면 후환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손권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런 후에 말했습니다.

그대의 말이 옳소!

서기 219년 음력 10월, 관우 부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시를 지어 관우를 추모했습니다.

인걸은 오직 해량 땅에 있었으니 人傑惟追古海良
사람들 앞 다퉈 관우를 숭배하네. 士民爭拜漢雲長
어느 날 도원에서 형제로 맺어져 桃園一日兄和弟
황제와 왕이 되어 대대로 제사 받네. 俎豆千秋帝與王
기개는 바람과 우레 같아 적수가 없고 氣挾風雷無匹敵
해와 달을 품은 뜻은 세상을 밝히네 志垂日月有光芒
지금도 사당이 천하에 넘치는데  至今廟貌盈天下
고목의 갈까마귀는 어찌 석양 보고 우는가.古木寒鴉幾夕陽

관우가 죽자 그가 타던 적토마는 관우를 사로잡은 마충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적토마는 그가 주는 여물도 먹지 않고 며칠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주인인 관우를 따라간 것입니다.

한편, 맥성에 있던 왕보는 관우가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 꿈을 꾸고는 관우 부자가 죽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왕보는 크게 외마디 고함을 지르고 성에서 몸을 날려 죽었습니다. 함께 있던 주창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습니다. 결국 맥성도 손권의 것이 되었습니다.

관우는 죽어서도 영혼이 흩어지지 않고 당양현의 옥천산에 머물렀습니다. 이곳에 보정스님이 도를 닦고 있었는데 삼경이 지난 무렵 갑자기 공중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옥천산의 보정스님을 만나는 관우의 혼령. 출처=예슝(葉雄) 화백

옥천산의 보정스님을 만나는 관우의 혼령.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 머리를 돌려다오!

보정은 천천히 그 영혼을 살펴봤습니다. 적토마를 탄 관우가 옥천산 꼭대기로 떨어지듯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보정은 즉시 먼지떨이로 문을 치며 말했습니다.

운장! 어디 계시오?

지금 나는 이미 화를 당해 목숨을 잃었소. 제발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시오.

지난날이나 오늘의 옳고 그름을 일체 논하지 마소서. 후과(後果)와 전인(前因)은 서로 맞물려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장군께서 여몽에게 해코지를 당하셨다고 ‘내 머리를 돌려달라’고 외치신다면, 안량·문추와 다섯 관문의 여섯 장수 등 여러 사람의 머리는 또한 누구에게 돌려달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관우는 스님의 말에 문득 깨닫고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의 세계로 귀의했습니다. 그 후 관우의 영혼은 이따금 옥천산에 나타나 백성들을 보살펴 주었습니다.

손권은 관우를 죽이고 마침내 형주를 모두 차지하자 전군에게 상을 주고 장수들을 모아 크게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여몽을 상좌(上座)에 앉히고 손수 술잔에 술을 부어 그의 공을 칭찬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해괴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손권이 준 술을 받아 마시려던 여몽이 갑자기 술잔을 땅바닥에 동댕이치고 한 손으로 손권의 멱살을 틀어쥐었습니다. 그리고는 목청을 높여 큰 소리로 손권을 꾸짖었습니다.

파란 눈의 수염 붉은 쥐새끼야! 아직 나를 알겠느냐?

여몽.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몽. 출처=예슝(葉雄) 화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말릴 틈도 없었습니다. 손권을 밀어 넘어뜨린 여몽은 성큼성큼 손권의 자리로 가서 앉더니 두 눈썹을 곧추세우고 두 눈을 부릅뜬 채 큰소리로 호통쳤습니다.

나는 황건적을 무찌른 이후 30여 년 동안 천하를 주름잡아 오다가 이제 하루아침에 너희들의 간계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나는 살아서 너의 고기를 씹지 못하고 죽었으니 당장 여가 놈의 혼을 잡아가겠다. 나는 바로 한수정후 관운장이다.

손권과 장수들은 황망히 절을 올렸습니다. 여몽은 땅바닥에 거꾸러지더니 피를 쏟으며 죽었습니다. 모두가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장소는 관우를 죽였으니 유비가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관우의 수급을 조조에게 보내서 유비의 칼날이 조조에게 향하게 했습니다. 손권은 즉시 나무상자에 관우의 수급을 담아 밤을 도와 조조에게 가져다 바치라고 했습니다. 관우의 수급을 받은 조조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모종강은 관우의 혼이 보정스님과 만나는 부분을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운장! 어디 계시오?”라는 한마디 말은 금강경(金剛經)의 오묘한 뜻을 함축해 놓은 것 같다. ‘어디 있느냐(安在)?’는 두 글자로 미루어 보면 운장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오(吳)가 어디 있고, 위(魏)가 어디 있고, 촉(蜀)이 어디 있는가? 삼분(三分)의 업적과 삼국의 인재들이 모두 어디 있는가가 된다. 그러니까 모든 있는 것은 있지 않은 것이고, 오직 있지 않은 것만이 언제나 있는 것이다. ‘어디 있는가’를 안다면 운장은 바로 천고에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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