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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힘 메스 쥔 인요한 "김한길과 엄청 친해, 매일 통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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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만남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만남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임명됐다. 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12일 만이다.

위원장 구인난을 겪으며 난항을 겪던 국민의힘 혁신위는 인 위원장의 합류로 힘겹게 첫 발을 떼게 됐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 발탁 소식을 전하며 “혁신위는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이만희 사무총장은 당사에서 인 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구성과 권한 등에 관해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난 인 위원장은 “희생 없이는 변화가 (안 된다)”며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며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제가 병원에서 (일하며) 휠체어를 밀고 이런 것을 잘한다”며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분들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자세를 많이 (바꿔) 들어야 한다.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 위원장의 또 다른 일성은 ‘통합’이었다. ‘왜 위원장직을 수락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단어로 정리하겠다.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며 “사람의 생각은 달라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는 이런 통합”이라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최우선 원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단호하게 “통합, 통합”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 발탁 소식이 알려지자 여권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한길 위원장이 인요한 위원장을 추천한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2022년 12월 23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초청해 대담을 벌이고 있다. 국민통합위 유튜브 캡처

2022년 12월 23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초청해 대담을 벌이고 있다. 국민통합위 유튜브 캡처

인 위원장은 여권 주요 인사 중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 위원장은 2019년 김 위원장과 그의 아내 배우 최명길씨가 진행했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지난해엔 국민통합위 유튜브에서 김 위원장과 대담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한길 위원장이 인요한 위원장을 추천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위원장직에 발탁된 뒤 서울 시내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가 끝난 뒤 인 위원장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친분을 숨기지 않았다.

김한길 위원장이 추천한 건가.
“여러 사람이 추천했다고 들었다.”
김 위원장이 따로 당부한 건 없나.
“하나도 없다.”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
“김한길 위원장과는 몇년 전 (방송 프로그램) ‘길길이 산다’에 사모님(최명길)과 같이 출연해서 엄청 친한 사이다. 평소에도 전화를 매일 한다.”

인 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혁신위의 운신의 폭이 얼마나 되겠냐”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멘토라 여겨지는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필요한 쓴소리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카드냐”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엔 당사에서 김기현 대표를 만났다.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며칠 전 대표님과 식사를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주셨다”며 “(당에) 들어와 우리 당의 편견에 따르지 말고, 우리 당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거침없이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해 국민에게 많은 희망을 주셨던 것처럼, 국민의힘에게도 창의력을 달라”고 요청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과 혁신위 명칭 선정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혁신위원 규모는 5~7명으로 전망된다. 인 위원장은 인선 기준에 대해 “능력 있는 분들을 보고 있다”며 “개인적 바람으론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개항기 미국에서 건너온 유진 벨 선교사의 외증손자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자랐다. 연세대 의대에 입학한 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엔 시민군의 외신 영어 통역을 맡았다.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복수국적의 한국인이 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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