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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에 힘쏟는 바이든…CNN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의 한 식당을 떠나며 대통령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의 한 식당을 떠나며 대통령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ㆍ중동전 확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에 병력을 증파하기로 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미 CNN이 보도했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의 추가 석방과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에 지상군의 가자 진입을 연기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권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하마스가 인질로 잡아둔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외교전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구호물자 적재 차량이 가자지구에 진입한 데에 대한 환영의 뜻을 표했다. 두 정상은 가자지구에 필요한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두 정상은 또 하마스에 붙잡힌 미국인 인질의 석방 문제와 가자지구를 떠나려 하는 미국인과 다른 민간인을 위한 안전한 통로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서방 6개국 “이스라엘 지지…국제법 준수해야”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통화를 통해 이란 등 다른 세력의 전쟁 개입을 막고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캐나다 등 서방 6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 지지를 표하면서도 당사자들이 민간인 보호 등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으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우려되는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통화하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 작전 연기를 권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이스라엘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판단과 결정에 필요한 조언을 할 수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 권한과 책임은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는 의미다.

블링컨 장관은 또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은 가자를 스스로 통치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하마스가 이번과 같은 공격을 자행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의 통치로 돌아가지도 않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하마스를 섬멸하고 이스라엘 정부에 우호적인 세력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도록 만드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장관 “전쟁 격화 가능성 대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전쟁 개입 및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ABC ‘디스 위크’에 출연해 “잠재적인 갈등 격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병력 추가 배치는 이번 분쟁을 확대하고자 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또 다른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밤 오스틴 장관은 이란과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에 대비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1개 포대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나섰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우리는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상전과 관련해 “시가전은 극도로 어렵고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과 그들이 오랜 기간 싸움을 준비했다는 사실 때문에 한층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 지지 42%…“20년래 최고 수준”

한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지난 18~20일 미국 성인 14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 정부가 중동 분쟁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2%가 이스라엘을 꼽았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에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였다. 이번 조사에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고 ‘어느 편도 들어선 안 된다’는 답변이 52%였다. WSJ은 “2002년 이후 이스라엘 지지 여론이 최고 수준에 달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미국의 참전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의 크리스 잭슨 수석부사장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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