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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안부끄럽나" 현대차 때린 '현중 골리앗 투쟁' 두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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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운동 1세대, 노조에 쓴소리

김기찬의 노조를 말하다 Ⅱ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불을 지핀 현중 총파업. 울산에서 중장비와 오토바이 1000대를 동원한 가두행진이 벌어집니다. 역사가 된 그 현장, 노조의 1호 요구는 ‘두발 자유화’였습니다. 임금 인상은 여덟 번째였지요. 정권도 기업도 군사적이었던 시절, 그야말로 ‘인간답게’ 살려는 투쟁이었습니다. 전설의 ‘골리앗 투쟁’을 이끈 주역을 만나 ‘요즘 노조’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이하 현중) 노조는 한국 현대 노동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87년 설립 이래 대립과 갈등,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모두 보여준 대표적인 노조다. 당시 현대그룹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현총련 창립 동지 두 사람이 만났다. 채덕병 전 현중·현대건설기계 상무와 오종쇄 전 현중 노조위원장이다. 이들은 90년 골리앗 크레인 점거 농성 등 극렬한 노사 갈등 속에 현대그룹 노동운동의 최일선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현중을 퇴직하고, 지금은 제2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한 사람은 현중 임원(인사노무담당 상무)을, 또 다른 한 사람은 현중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노와 사로 갈려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격동의 한 시대 노사관계를 함께 엮어 왔다.

 채덕병

채덕병

▶채덕병=“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노동운동도 살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용기도 없고, 자신감이 없다. 경영진은 노동, 노무를 모르고 그저 인사관계만 있다. 그러니 매번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오종쇄=“노동운동이나 경영 측면에서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문화와 세대 단절이 심각하다. 경험이 전수되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형의 자산이 산산이 흩어진 형국이고, 전체적으로 노동계에 구심점이 없는 느낌이다. 경영계도 노동계 상층부와 자율적인 노사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예전 습성대로 정부가 판을 벌일 때까지 기다릴 건가. 노동계에 왜 먼저 못 다가가나. 가서 부딪치고, 얘기하고, 논의하면서 신뢰를 쌓아야지. 그걸 정부가 해주나.”

▶채=“아마 『현중 50년사』에도 수록된 것으로 아는데, 당시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업 기간에는 무임금이 원칙인데, 격려금 등의 형식으로 보상해 줬다. 민·형사상의 책임도, 불법행위도 합의 과정에서 다 받아줬다. 노조는 잃을 것이 없었다. 파업해도 임금 손실이 없고, 불법행위를 해도 합의만 하면 전부 해결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 해결 방안이 결국 장기 파업을 관행으로 만들었고, 죄의식 없이 과격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은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이 통용될 줄은 몰랐다.”

2003년 오 전 위원장도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조 간부 대상 교육 현장에서 “지금 노조는 조폭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련 부위원장을 지낸 그가 이렇게 말하자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오 전 위원장은 또 “노조도 공부해야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종쇄

오종쇄

▶오=“세계 경제를 읽지 못하면 조합원을 투쟁 일선에 세우게 된다. 회사나 조합원이 잘못되면 노조가 책임질 건가?”

▶채=“최근 현대자동차 노사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고 홍보했죠.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자랑할 일인지…. 직원들이 한 번에 받아간 돈이 협력업체 연봉 수준이다. 여기에 무슨 상생의 정신이 있나. 차가 협력업체 없이 생산될까. 그들과 함께 나누는 정신이 필요하고, 그래야 격차가 줄어들 것 아닌가. 사회 전체를 생각하고, 합리성을 돌아보고, 그에 합당하게 합의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오=“협력사 노동자의 임금이나 학자금 등 종합적인 노동조건과 복지가 대기업의 80%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전진해야 한다. 이런 건 한 번의 협상이 아닌 시스템으로 추구해 나가야 한다. 각 대공장 그룹별로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필요하면 협력사 노동자의 주택 문제까지 통 크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경제단체와 노동단체가 만나는 것을 매일 중요한 스케줄표에 넣어 치열하게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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