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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APG 나선 탁구 김영건 "여전히 목표는 금메달"

중앙일보

입력

장애인탁구 국가대표 김정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탁구 국가대표 김정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탁구 간판 김영건(39·광주광역시청)은 여섯 번째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영건은 2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TT4 등급 남자 단식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인도의 차우드하리 자쉬반트 달상브하이를 세트 스코어 3-1(11-3, 11-8, 11-13, 11-5)로 가볍게 눌렀다.

김영건은 1, 2세트를 가볍게 잡아냈지만 3세트에서는 상대의 거센 반격에 흐름을 내줬다. 김영건은 "예선이라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상대가 생각보다 잘하더라"라고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한 뒤 "상대 선수가 3세트에서는 코스도 더 좋고, 볼도 잘 넣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4세트에서는 내 플레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자 했다"고 되돌아봤다.

김영건은 2002년 부산 대회 때부터 줄곧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21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어느덧 여섯 번째 출전을 맞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나오고 있는데, 매번 긴장되는 건 똑같다. 비슷한 상황을 많이 느껴봐서 어느 정도는 익숙하기도 하고, 마음가짐이 편하기도 한 것 같다.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984년생 김영건은 13세에 척수염으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김영건은 "16세 때 장애인복지관에 다른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러 갔는데, 문창주 코치님을 운명처럼 만났다. 재활운동 겸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탁구 실력이 빨리 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건은 탁구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대회에 나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지면 또 아쉬움도 든다"는 김영건은 "탁구 덕분에 장애로 인한 시련은 있었지만, 남들보다는 짧게 보낼 수 있었다"며 웃었다.

김영건은 앞선 다섯 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7개와 은메달 4개를 수확했다. 비장애인 선수 중에선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 서정균(승마), 양창훈(양궁), 류서연(볼링)이 6개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보다 더 많다.

당연히 이번 대회 목표는 8번째 금메달이다. 김영건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김정길(광주광역시청)과 복식에서도 환상의 호흡으로 금메달을 합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탁구 국가대표 김영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탁구 국가대표 김영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김정길 역시 이날 치른 남자 단식 예선 조별리그 D조에서 몽골의 미아그맛소그트 프레브도르제를 3-0(11-4, 11-2, 11-2)로 완파했다. 김정길은 "예선은 그렇게 강한 선수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 토너먼트에서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과 맞붙어야 한다. 경기가 없어도 몸을 계속 풀면서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6년생 김정길은 18세에 대구 산악자전거 서킷에서 낙상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던 김정길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운동을 찾아 나섰다. 장애인으로서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다는 점에서 탁구채를 잡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탁구장은 많지 않았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김정길은 '하루 종일 탁구를 할 수 있는' 광주로 혈혈단신으로 향했고, 어느덧 20∼30대를 모두 탁구에 바치고 있다. 장애로 인한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탁구를 통해 감정의 폭을 넓힌 김영건처럼 김정길 역시 차분함을 얻게 됐다.

김정길은 "장애를 갖게 됐을 때도 빨리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빨리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에 가고 싶었다"며 어린 시절엔 혈기가 왕성했다고 말했다. 김정길은 "탁구를 하면서 급했던 성격이 차분해졌다. 탁구는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기회를 봐야 한다. 스스로 침착해지면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출전한 김정길은 출전했던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정길은 "숙소도 1인 1실로 제공되고, 후원사에서 두툼한 겉옷도 지원해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은 갖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에서 모두 결승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22일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한 장미란 차관(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22일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한 장미란 차관(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탁구장을 찾아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장영진(서울시청), 백영복(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기태(부산장애인체육회), 김창기(부산장애인체육회) 등 선수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장미란 차관은 "너무 애쓰셨다. 대회가 1년 미뤄졌지만 모두가 똑같은 상황인 만큼 준비한 대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급식지원센터 영양사님을 뵙고 식단도 소개받았는데 너무 먹음직스럽더라"라며 "맛있게 도시락을 드시고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장 차관은 "경기에 오기 전에는 장애인 경기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했는데, (실제 와 보니)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선수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더라"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 차관은 오후 9시에 열리는 개회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항저우(중국)=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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