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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재명에 집착 않을 것"…'방탄 현수막'도 '저격 팀'도 없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남단사거리에서 관계자들이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국에 게첩된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 소속 태스크 포스(TF)도 정리하기로 했다. 뉴시스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남단사거리에서 관계자들이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국에 게첩된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고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 소속 태스크 포스(TF)도 정리하기로 했다. 뉴시스

20일 오전 11시 30분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 지난 6일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이후 2주간 붙어있던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현수막이 철거됐다. 그 자리엔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는 현수막이 대신 붙었다. 전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쟁을 유발하는 현수막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 정쟁 현수막이 아닌 정책 현수막이 게시될 것”이라며 “당에서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현수막도 민생 관련 내용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공격적 내용의 현수막을 내리기로 한 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국민이 현수막을 ‘정치 공해’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문구로 내용물을 채우다 보니 “집권 여당으로서 외려 손해를 봤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실제 여권에선 “그동안 반사이익을 노리며 이 대표 공격에만 치중하다 민생을 놓쳤다”는 반성이 커지고 있다. 애초 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공천했던 배경에도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면 해볼만한 싸움”이란 섣부른 오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 구속영장이 지난달 27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여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뒤 지난 15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당이 너무 이재명 공격과 정쟁에만 몰두했다”는 반성이 쏟아졌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9일 페이스북에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대표 비리에만 집착해 수사하고 수차례 기소까지 했지만 그런 민주당에게 선거에서 참패했다”며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사건에만 기대다 패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사례와 연결지었다.

‘이재명 반사이익’만을 노리던 국민의힘의 전략은 원내에서도 수정됐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0일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과도한 현수막 게시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고 피로하게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원내대책회의 메시지도 상대(민주당)를 보기보다 국민을 보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5시까지 나온 5건의 대변인단 논평 중 이 대표가 언급된 건 1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민주당이 이 대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를 탄핵하려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의동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의동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연합뉴스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곧바로 정쟁을 유발하는 테스크포스(TF) 정리에 나섰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10여개의 TF가 있는데, 유 의장과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이 각각 위원장과 단장을 맡은 대선공작게이트TF와 코인게이트진상조사단 해체를 추진하고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책과 민생 관련 TF에 집중해 당력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힘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지역 필수 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유의동 의장에게 위원장을 맡겼다. 유 의장은 29일엔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쇄신의 핵심 퍼즐은 맞춰지지 않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수습책으로 내놓은 혁신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을 못 찾아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위원장을 하겠다는 사람은 눈에 차지 않고, 당이 원하는 인사는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기현 대표는 당초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장을 발표하려 했으나 위원장 인선에 애를 먹으면서 발표를 23일로 늦췄다.

선거 참패 뒤 여론 흐름도 일제히 악화된 모습이다. 2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17~19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30%로 나타나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3%포인트 올라 61%에 달했다. 특히 내년 총선 핵심 승부처인 서울에서 긍정평가(32%→25%)와 부정평가(60%→66%) 모두 악화돼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여권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에 비해 국민의힘은 1%포인트 내렸고, 민주당은 동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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