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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악담, 이유 있다? "당에서 쫓겨나는 그림 원하는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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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관련 발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관련 발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신당설’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이 전 대표가 당을 향해 쓴소리를 넘어 악담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가는 데는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20일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나를 쫓아내 달라’며 탈당 구실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출마를 준비 중인 노원병이 여당엔 험지인 만큼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권을 직격하며 다른 길을 개척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이 전 대표는 당이 본인을 쫓아내는 그림을 원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다른 지역을 노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친윤계 사이에선 “이 전 대표에게 노원병 공천을 줘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공천을 줘도 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왔는데, 이 전 대표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다.

향후 행보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메시지도 선명해지고 있다. 그는 17일 MBC라디오에서 본인의 신당설과 TK(대구·경북) 무소속 출마설에 대해 “제주도에서 출마할 수도 있다”며 “비명횡사 당하기 전에 결행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 변화가 없을 경우 노선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 및 움직임과 맞물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 경우 여권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라 나온다. 전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신당이) 수도권 선거에선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상선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상선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윤 의원 생각과 내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며 “(본인이 만든 신당의 후보를) 당선시킬 힘은 부족할지 몰라도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게 하는 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혁신위원장이 된다면 혁신위에 이준석계를 포함해 탈당 명분을 안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앞둔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품기 위한 노력은 끝까지 해야 한다”며 “결별을 하더라도 당이 먼저 도장을 찍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 경우 오히려 당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거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도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이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당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몰아내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 “탈당하고 나가본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는 어려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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