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성세대는 물론 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수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콕 집어 내린 진단이다. 골딘 교수는 “(한국처럼) 변화가 빠를수록 전통(남성 우위 문화)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과 관련해 포용적인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직장 문화가 여전히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 감소에 따라 경제 ‘허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며 생산·소비·투자를 비롯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는 ‘슈링코노믹스(축소 경제)’에 대응하는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협력업체 등 양질의 일자리가 밀집한 경기도 평택은 상징적인 사례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평택의 지난해 출산율은 1.028명으로 인구 50만 명 이상 시·군·구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0명을 넘겼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 게 평택의 출산율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관리 측면에서 유연근무 확대, 불이익 없는 승진, 경력단절 후 복귀 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육아휴직을 쓴 직원이 퇴직할 경우 3년 뒤 다시 채용하는 기회를 주는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는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상사의 결재없이 ‘자동’으로 최대 2년까지 휴직할 수 있다. 최근 ‘네 쌍둥이’를 얻은 직원이 나와 화제가 된 포스코·SK온도 출산 친화적인 제도를 갖춘 회사로 평가받는다.
인사혁신처가 내년부터 8급 이하 다자녀(2명 이상) 공무원에게 승진 우대 혜택을 주고, 다자녀 부모가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뒤 10년까지 공무원 경력직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직 사회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홈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를 지낸 최영미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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