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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입김 불자 삑 'FAIL’…재범률 42% 막기 위한 이 장치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삑~”
19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 국제치안산업대전 전시장. 소주 희석액을 섭취한 전시 업체 직원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대에 부착된 ‘시동 제어용 음주측정장치’에 5초간 입김을 불어 넣자 이내 긴 경고음이 울렸다. 기기 화면에는 ‘FAIL(실패)’이란 문구가 떴다. 운전자의 구강 내 알코올 농도가 0.02% 이상이라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연신 시동 단추를 눌렀지만, 차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면 알코올 희석액을 마시지 않은 다른 검사자가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자 짧은 ‘삑’소리와 함께 기기에 ‘PASS(통과)’ 문구가 떴다. 시동도 단추를 누르자 단번에 걸렸다.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장치는 입김을 불어넣고 음주 측정 뒤 PASS 문구가 떠야 시동이 걸린다. 심석용 기자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장치는 입김을 불어넣고 음주 측정 뒤 PASS 문구가 떠야 시동이 걸린다. 심석용 기자

이날 시연된 음주측정장치는 향후 실제 도로를 다니는 차들에도 장착될 예정이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자는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장치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운전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리 측정하게 했을 때도 처벌은 동일하다.

또 장치를 해체·조작하거나 효용을 해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부착 기간은 음주운전 재범에 따른 운전면허 취득 결격 기간(2~5년)과 같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통해 개정안이 공포되면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시범운영 등을 거쳐 1년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해당 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볼 수 있다.

해당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건 2021년 7월이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취지로 해당 법을 발의했고, 이후 비슷한 취지의 법안들이 이어지며 국회에 총 8건이 제출됐다. 한동안은 법안 관련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8일 만취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배승아(9)양이 숨지고 아동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하며 법 개정에 속도가 붙었다.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장치는 잠시 운전을 멈출 땐 'Restart period' 문구가 뜨는데 제한시간 안에 다시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시동을 걸기 위해 다시 음주측정을 해야 한다. 심석용 기자

차량에 부착된 음주측정장치는 잠시 운전을 멈출 땐 'Restart period' 문구가 뜨는데 제한시간 안에 다시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시동을 걸기 위해 다시 음주측정을 해야 한다. 심석용 기자

이후 행정안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한 번이라도 음주 운전을 한 적이 있는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상습성이 인정(5년 내 2회 이상)된 사람’에게만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자는 5만3320명(2020년), 5만1582명(2021년), 5만5038명(2022년)이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음주운전 적발 인원(13만283명)의 42.2%(5만5038명)가 재범자였다. 경찰이 시동 제어용 음주측정장치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마약 전쟁 나설 세관 신무기 

이날로 이틀째를 맞은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는 총 184개 기업이 참여, 816개 부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범죄 수사나 치안 관련 첨단 장비들을 공개했다. 늘어나는 마약 밀반입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이 개발 중인 ‘컨테이너 적재 화물 탐사 로봇’도 그중 하나다. 해외에서 들어온 컨테이너 화물 중 사전에 지정한 의심·관리 화물의 경우 컨테이너를 모두 내리지 않고도 정밀검사 할 수 있게 하는 로봇이다. 40피트 컨테이너 내부 상면에 붙어서 의심 물품에 최대한 접근한 뒤 화물 틈 사이로 유연 로봇을 내려보내 내시경 카메라로 내부를 확인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내년 말까진 개발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며“위험 물질을 수월하게 적발할 수 있어 세관 검사 작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순찰 로봇이 시연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9일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순찰 로봇이 시연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다음 달부터 거리 나설 배송 로봇 

곧 거리를 누비게 될 배송 로봇도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로봇은 도로교통법과 지능형로봇법이 개정되면서 다음 달 17일부터 실제 배달에 투입될 수 있게 됐다.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가 신호제어기를 통해 받은 실시간 보행 신호 정보를 이동 중인 배송 로봇 등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경찰청은 실외이동 로봇 통행으로 발생할 교통법규 위반 관련 혼란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장 분량의 현장대응 조치요령을 지난 17일 시도경찰청에 배포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외부업체와 협력해 저위험 권총을 개발했다. 플라스틱 탄두를 단 저위험탄을 사용해 살상력을 기존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성인 남성의 허벅지에 쏠 경우 관통 깊이가 38구경 리볼버는 48㎝인 데 비해, 저위험 권총은 6㎝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무게도 저위험 권총(515g)이 38구경 리볼버(680g)보다 가볍다. 심석용 기자.

경찰은 지난해 말 외부업체와 협력해 저위험 권총을 개발했다. 플라스틱 탄두를 단 저위험탄을 사용해 살상력을 기존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성인 남성의 허벅지에 쏠 경우 관통 깊이가 38구경 리볼버는 48㎝인 데 비해, 저위험 권총은 6㎝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무게도 저위험 권총(515g)이 38구경 리볼버(680g)보다 가볍다. 심석용 기자.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현장 경찰에게 보급하겠다”고 밝힌 저위험 권총(9㎜ 리볼버)과 최근 미국에서 개발한 신형 테이저건(T10)도 대중에 선보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치안 분야 연구개발 범위와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전문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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